한 회장은 야인 시절 은행에서 판매하는 펀드에 가입한 일이 있다. 당시 가입한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이었지만 은행으로부터 어떤 설명도 들을 수 없었다. 금융회사가 고객을 이렇게 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가 '따뜻한 금융'을 선포한 배경이다.
한 회장이 따뜻한 금융을 핵심 경영전략으로 내세운 것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출발했다. 한 회장은 취임 후 100여일 만에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신한이 진정한 리딩뱅크가 되는 데 2%가 부족하다. 그것은 바로 차가운 이미지다. 따뜻한 금융을 모토로 내세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맞는 말이다. 따뜻한 금융을 그룹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종합 플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그가 따뜻한 금융에 대한 종합 전략을 꺼낸 지 얼마 안돼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가 터졌다.
한 회장이 따뜻한 금융을 내세우자 그룹사들은 고객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따지기 위해 기존 상품, 서비스, 판매 프로세스 등에 대해 대대적 점검을 실시해 미흡한 부분을 고쳤다. 최근에는 협력회사에 거래대금 지급을 앞당기는 등 따뜻한 금융의 외연은 협력회사로 확대되고 있다.
성과 중심의 탕평 인사로 내부 결속을 다진 한 회장은 조직 내분을 초래한 지배구조에 메스를 댔다. 그룹 최고경영자(CEO)의 자격 요건을 사전에 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CEO 후보군을 육성하는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구축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경영권 장기화가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신규 선임되는 CEO의 연령을 만 67세로 묶고 연임시에는 재임 기한을 만 70세로 제한하는 내용도 경영승계 프로그램에 담았다. 아울러 이사회 산하에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둬 이사회가 CEO 승계 과정 전반을 상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경영에서도 빛을 보았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자산 규모는 제일 작지만 수익성과 건전성은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데서 이는 단적으로 드러난다. 프라이빗뱅킹(PB)사업부를 개편하는 등 저성장 저금리 체제에 맞춰 그룹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조치도 잇따라 단행했다.
남은 과제라고 하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금감원의 한 핵심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 등 성장 전략을 재정비해 그룹 포트폴리오를 더 짜임새 있게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