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총리 "안행부, 규제개선 산업부처럼 하라"

■ 용인서 기업인과 간담
車 광고허용 놓고 머뭇대자
"규제가 무슨 권한이냐" 일침

정홍원 국무총리가 오는 20일 청와대에서 열릴 2차 민관합동 규제점검회의를 앞두고 규제 완화에 머뭇거리는 안전행정부를 질책하고 적극적인 산업통상자원부를 격려해 주목된다.

정 총리는 13일 규제 완화로 최근 산업단지 지정을 받은 제일약품의 경기도 용인공장을 찾아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총리와 기업인 간담회는 초반부터 버스나 택시 등 차량의 광고 허용 범위를 놓고 뜨거웠다. 윤천희 ㈜신승 대표는 "미국·독일·프랑스 등은 차량의 창문을 제외한 측·후면에 광고를 전면 허용하고 있다"며 "안전 등에 별 문제가 없으니 전향적으로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남궁환 리지디스크 대표도 "자동차 휠캡 광고는 유럽 등에서 허용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예 막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운전자 주의를 고려해 차량 측면의 절반만 광고를 허용하고 휠캡 광고는 금지돼 있다.

정 총리가 "현행 규제에 과잉적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며 소관부처인 안행부 입장을 묻자 박경국 1차관은 "차량 광고면적 완화에 전문가들도 찬반이 팽팽하다"며 "11월까지 연구용역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완화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정 총리는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총리가) 압력을 넣는다고 해라. 좀 빠른 시일 내에 하라"고 지시했다.

반면 유동완 PS테크놀러지 상무가 "외국인투자지역에 입주한 기업은 5년 내 정부 등이 임대해준 부지가액의 2배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데 중소기업으로서 부담이 과도하다"고 하소연하자 이관섭 산업부 1차관은 즉석에서 "이달 중 외국인투자위원회를 열어 부담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화답했다. 정 총리는 이에 "안행부도 좀 배워요"라며 "규제 개선을 산업부처럼 시원시원하게 하라"고 권했다. 그는 "규제가 무슨 권한이냐"며 혀를 차기도 했다. 이후 하이트진로 측이 국내 탄산수 소비 증가 트렌드를 언급하며 "생수 공장에서 탄산수 제조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하자 정연만 환경부 차관은 "연내 생산이 가능하게 법령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안교원 혜성환경 사장이 "수질검사기관의 기술인력요건 중 경력사항이 공공(3년)과 민간(5년)기관 간에 다르다"고 꼬집자 정 차관은 "둘 다 통합해 2년으로 완화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권한을 가진 규제는 이날도 풀리지 않았다. 워커힐호텔이 "건축기술 발달로 경사가 21도를 넘어도 안전한 숙박시설을 특색 있게 지을 수 있다"며 관련 규제 완화를 요청했지만 서울시 권한으로 확인돼 좌절됐다. 다만 정병윤 국토교통부 국토도시실장이 "산지관광특구 도입 계획이 12일 발표됐으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정보를 제공했다. 정 총리는 "정부가 가능한 규제 완화는 적극 나설 테니 기업도 안전만큼은 국민이 우려하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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