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산업연수생이 국내 업체에서 한국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실질적인 노동을 했다면 국내법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외국인 산업연수생을 근로자로 보고 최저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적은 있지만 퇴직금도 우리나라 근로자와 동등하게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 근로자가 임금은 물론 퇴직금 규정에서도 동등한 처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이모씨 등 중국인 산업연수생 17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에서 “이미 지급한 임금과 최저임금의 차액,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1인당 760만~93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실질적으로 대상 업체의 지시ㆍ감독을 받으면서 근로를 제공하고 수당 명목의 금품을 수령했다면 외국인도 근로기준법의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국내의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 지급 규정이나 최저임금법상의 최저임금 보장 규정이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입국한 이씨 등은 연수 기간에 하루 8시간 근로를 하면서 일급 6,050원을 받기로 계약하고 지난 2002년 5월께부터 이듬해 11월까지 국내 근로자들과 동등한 생산업무에 종사했다.
대법원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이 국내 업체에 실질적인 노동을 제공했다면 연수계약이 아닌 국내법에 따라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중국인 산업연수생 16명이 낸 임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