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면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일몰 앞에 서게 된다. 그 전에 맺힌 것을 풀어서, 안팎으로 걸림 없이 자유로워져야 한다.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은 날마다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것이다. 오늘은 어제의 연장이 아니라 새로운 날이다. 무릇 묵은 시간에 갇힌 채 새로운 시간을 등지지 말아야 한다.’ 이 시대의 영적 스승인 법정 스님은 자신에게 주어진 순간순간을 맑은 정신으로 관조하면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세대와 종교, 사상과 가치관을 초월해 많은 사람에게 깊은 영혼의 울림을 전하는 법정 스님이 2003년 5월 18일부터 2009년 4월 19일년까지 설파한 법문을 엮었다. 일기일회(一期一會)는 다도(茶道)에서 나온 말로 우려낸 차의 맛은 오직 그때 그 자리에서 단 한 번의 고유한 향과 빛깔을 지닌다는 의미와 일생에 단 한번이라는 생각으로 차를 대접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또 지금 이 순간은 생애 단 한번의 시간이며, 지금 이 만남은 생애 단 한번의 인연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책을 관통하는 스님의 메시지는 무소유다. 무소유는 소유를 금하는 말이 아니라 지나치게 소유에 집착해 자신의 맑은 영혼을 잃어버리는 것을 경계하라는 말이다. 소비를 재촉하는 경제 체제가 인간은 물론 환경까지 황폐화하기 때문이다. 스님은 컴퓨터와 핸드폰의 ‘접속’으로 깊어지는 고독함을 벗어나기 위해 진정한 마음으로 상대방과 ‘접촉’을 하라고 말한다. 또 경제 한파로 힘겨워 하는 사람들에게 ‘추울 때는 추워야 하는 것’이라며 꿋꿋하게 견뎌내라고 어깨를 다독인다. 책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생겨날 때마다 펼쳐 들고 스님과 깊은 내면의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