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투자심리와 수급면에서 몰아친 폭풍을 이기지 못하고 큰 폭으로 밀려났다.
국제 원자재가 폭등이 불러온 인플레이션 우려가 세계 증시를 짓누르면서 미국을 시작으로 주요국 대부분 증시가 힘없이 밀려났고 서울증시도 소나기를 피하지못했다.
◆ '활화산' 원자재시장..세계 증시 '움찔' = 이날 세계 증시의 동반급락을 불러온 제1원인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제 원자재 상품가격의 급등이다.
이날 미국 뉴욕에서 거래된 6월물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19달러 상승한 73.32달러로 치솟았고 전날 거래를 마친 중동산 두바이유도 사흘째상승흐름을 이어가며 67.38달러로 올랐다.
급등한 것은 원유만이 아니었다.
역시 뉴욕에서 거래된 6월물 금 가격이 전날보다 2.2%나 급등한 온스당 721.50달러로 26년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날 블룸버그는 금 펀드들의 자료를 인용,내년 금값이 8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외에도 전기동의 경우 런던금속거래소의 재고량이 세계 소비량의 이틀치에 불과하다는 추정까지 나오면서 현물가가 장중 t당 8천241달러로 26년만에 최고가에도달했고 아연과 니켈 역시 26년만의 신기록을 수립했다.
지난 1년여간 국제 원자재가와 세계 증시는 동반 랠리를 보여왔지만 이날의 기록적인 원자재가 상승은 이전과 달리, 증시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원자재가의 급등이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금리인상으로 이어져 금융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게 대두된 것이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11,500.73, 2,272.70으로 1.22%, 2.07% 급락했고 영국 FTSE100 지수는 전일대비 41.40포인트(0.68%) 하락한 6,042.00, 독일 DAX지수와 프랑스 CAC40 지수도 전일대비 각각 63.66포인트(1.04%), 15.33포인트(0.29%)떨어진 6,054.72와 5,262.94을 기록했다.
원자재가 급등에 따른 미.유럽증시 급락의 '불똥'은 아시아에도 튀었다.
전날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코스피지수가 하루만에 1.33% 되밀리며 1,445.20으로 밀려났고 코스닥지수는 0.57% 내린 686.01로 떨어진 것은 물론, 일본 증시의 닛케이225와 대만증시의 가권지수도 각각 1.54%, 1.12% 내린 16,601.78, 7,278.96으로 후퇴했다.
그러나 세계 증시의 위협요인으로 등장한 원자재가의 폭등은 언제 진정될 지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은영 애널리스트는 "현 시점에서 원자재 상품가격을 전망한다는것 자체가 무의미한 국면"이라며 "분명한 것은 광물이든, 곡물이든 땅에서 생산되는모든 것이 쓰고 소비하는 대상을 넘어서 투자의 대상이 됐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 외국인 선물매도 '사상최대'..파장 커져 = 전날 미국의 금리인상과 옵션만기의 부담에도 불구, '사상 최고가'로 화답했던 증시가 하루만에 힘없이 밀려난 데는원자재가 충격에 따른 세계적 투자심리 위축현상과 더불어 수급면에서 외국인의 투기적 선물매매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
전날 6천333계약의 대규모 선물매수에 나서 옵션만기일 막판 지수를 최고치로끌어올리는 데 일등공신 노릇을 했던 외국인들은 이날 무려 1만4천852계약이라는 순매도로 돌변했다.
이로 인해 전날 191선을 넘어섰던 코스피200 지수선물 6월물은 4.30포인트 급락,186.75까지 밀려났고 현.선물간 가격차인 시장베이시스가 27일만에 처음으로 백워데이션 상태로 돌아서면서 이와 연계된 프로그램 매매 차익거래에서 5천356억원 순매도라는 대규모 매물폭격이 가해진 것이다.
다만 이날 가해진 프로그램 매매의 충격이 지속적으로 시장을 압박할 가능성은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전략부장은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매도 출회에 따른 프로그램 매물로 약세를 보였으나 단기적으로 출회될 수 있는 프로그램 매물이 상당부분나온 것으로 보여 내주 반등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지적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도 "지난해부터 주식시장에 충격을 줄만한 대형사건이 있을 때마다 헤지펀드로 추정되는 외국인들의 대량 선물매도와 이에 따른 프로그램 매매 충격이 발생하곤 했지만 이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국제 원자재가 급등이 불러온 충격에 대해서도 "현재는 (오일쇼크등이 발생했던) 30년전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전제하고 "지난 2∼3년간 원자재가격이 급등세를 보여왔지만 증시는 상승세를 보여왔고 인플레이션율도 크게 높지 않았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간과하고 있다"며 비용측면의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낮게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