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4월 24일] 의료복합단지의 '합리적 선택'

강계두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이사장)

잘할 수 있고 이익을 낼 수 있는 것만 하고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과감히 버린다. 그냥 버리기 아까운 것은 잘하는 이와 협력해 이익을 나눠 갖는 방식을 택하기도 하고 아웃소싱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기업은 이를 두고 전략적 경영, 다른 말로 선택적 경영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순간마다 다가오는 ‘선택과 집중’.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어떻게 집중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의 명암은 정반대로 갈리게 된다. 미처 알아채기도 전에 ‘선택과 집중’은 이미 커다란 힘을 발휘하고 있다. 현명한 ‘선택’과 확실한 ‘집중’이야말로 성공전략의 가장 확실한 출발점이다. 사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용어는 오랜 기간 기업경영의 핵심전략으로 사용돼왔으며 실제로도 수많은 기업의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한 검증된 경영전략이다. 그렇다면 선택과 집중은 기업에만 필요할까. 성공하는 사람, 기업, 심지어 정부 정책에는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선택과 집중의 기술을 효과적으로 실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부가 미래 의료강국 건설을 위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첨단의료복합단지도 반드시 선택과 집중의 논리가 필요한 사업이다. 의료산업은 첨단 생명공학기술과 다양한 이종기술의 연계와 융합을 기반으로 발전해 첨단기술 개발 전문 고급인력이 자산인 우리나라로서는 분명히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총사업비 5조6,000억원이 투입되는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우수한 기초연구 성과를 임상단계 제품으로 연계하기 위한 응용ㆍ개발연구 중심단지로 조성된다. 여기에는 신약개발지원센터와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그리고 첨단임상시험센터가 핵심 인프라로 조성된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국내의 지역혁신사업이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산업의 중심인 의약산업 분야에서 세계와 이른 시간 안에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최고의 지역을 선택하는 국책사업이다. 자칫 정치적으로 결정돼 합리적 판단을 그르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 국제적으로 성공한 선진국 의료산업단지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첨단의료산업단지가 우수한 연구기관과 풍부한 연구인력 등 인프라 및 연구개발에서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기술혁신 가치사슬이 잘 발달된 곳에 조성됐다는 점이다. 또한 교육과 문화생활 환경이 잘 발달된 대도시를 중심으로 하고 산학연관 등 체계적인 기술혁신 집적지로서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한 곳이라는 점이다.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한 대전지역은 보건의료 연구개발(R&D) 인프라, 보건의료산업 인프라, 관련 전문인력 양성 인프라 등 첨단의료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기반이 잘 구축돼 있다. 또한 바이오기술(BT) 관련 국가 R&D 투자액이 지난 2007년 기준 2,233억원으로 투자집적도가 국내 최고이다. 화학연구원ㆍ생명공학연구원ㆍ한의학연구원ㆍ원자력연구원ㆍ안정성평가연구소 등 신약개발 관련 전문연구기관이 다른 20여개의 전문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연구 인프라를 연계 활용해 융복합 연구가 가능하다. 허친슨암센터ㆍ프로메가연구소ㆍISISㆍNeuroSKY 등과 같은 국제적 연구기관도 있어 글로벌 보건의료 기술과 제품 개발을 위한 기반도 조성됐다. 그외 140여개에 이르는 바이오의료 벤처기업이 있어 수도권을 제외한 최대 바이오 산업 집적지이며 LG생명과학ㆍSK기술원ㆍ한화ㆍ삼양제넥스ㆍ동부이노텍ㆍ애경종합기술원 등 보건의약 관련 대기업 연구소가 자리잡아 사업화 연결 인프라 및 인력도 탁월하다. 이에 더해 수도권과 인접한 지리적 접근성, 중부권 최대 전원도시로 교육 및 문화ㆍ생활환경 인프라 역시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의 합리적 기준이 되지 않을까.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다른 지역보다 성공 가능성과 국가 예산절감을 고려한다면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전략적으로도 선택과 집중을 고려한 대덕특구에 자리잡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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