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 37세에 빅리거 꿈 이루다

시카고 컵스 40인 명단 올라… 데뷔18년만에 메이저리그 입성
■ 별명으로 살펴 본 임창용의 야구인생
창용불패, 13시즌 동안 국내 마운드 평정
미스터 제로, 일본서 평균자책점 '0' 행진
퍼시픽 림, 태평양 건너온 임, 7~9일 첫 등판 예정



이 남자의 도전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구단의 40인 로스터(명단)에 포함되면서 14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된 투수 임창용(37). 그의 빅리그 합류는 '괴물' 류현진(26ㆍLA 다저스)이 다저스 입단식을 가졌을 때와는 또 다른 감동으로 읽힌다. 지난 1995년 국내프로야구 데뷔 후 일본을 거쳐 18년 만에 빅리거의 꿈을 실현하기까지의 임창용을 그의 별명들을 통해 돌아봤다.

◇창용불패=국내 활동 시절 얻은 별명으로 임창용이 올라오면 지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1995년 해태(현 KIA)에서 데뷔해 삼성 시절이던 2007년까지 13시즌 통산 104승66패168세이브에 평균자책점 3.25를 찍었다. 1998년부터 3년 연속 30세이브 이상 거뒀고 이듬해부터는 선발로 돌아서 또 3년 연속 13승 이상을 올렸다.

◇미스터 제로=오른쪽 팔꿈치 수술 뒤 2006년 단 한 경기 등판에 그치면서 내리막을 걸었지만 2007시즌 뒤 돌연 일본에 진출했다. 한국보다 수준 높은 리그로 알려진 일본에서 통할 리가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임창용은 이 같은 시선을 시속 160㎞의 마구(魔球)로 잠재웠다. 야쿠르트 구단에서 2011년까지 4시즌 통산 128세이브를 챙겼다.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벌이는 동안 붙은 별명이 바로 '미스터 제로'다. 임창용을 마이너리그에서 빅리그로 불러 올린 데일 스웨임 시카고 컵스 감독도 5일 "임창용에 대해선 많이 알지 못하지만 그의 별명이 '제로'라는 것은 안다"고 밝혔다.

◇창용불퇴=임창용은 지난해 또 수술대에 올랐다.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끊어진 것. 야쿠르트는 그런 임창용을 방출했다. 은퇴 수순으로 보였지만 임창용은 물러섬을 몰랐다. 오히려 오랜 꿈인 메이저리그를 두드렸다. 삼성 시절이던 2002년 도전했다가 턱없이 초라한 대우(입찰액 65만달러)에 포기했던 메이저리그다. 이번에는 일본에서 받던 연봉 50억원의 특급대우를 뒤로하고 마이너리그부터 시작해야 함에도 흔쾌히 컵스와 계약했다. 그는 1월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조카뻘인 동료들과 루키리그부터 싱글Aㆍ더블Aㆍ트리플A를 차례로 뒹굴었다. 트리플A 성적은 11경기 등판(11⅓이닝)에 평균자책점 0.79. 메이저리그 확대 엔트리 중 한 자리는 임창용의 몫이었다. 메이저리그는 9월부터 로스터가 25인에서 40인으로 늘어나는데 컵스는 세번째 추가선수 발표 때 투수 1명을 빼고 임창용을 불러 올렸다.

◇퍼시픽 림=5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마이애미전(9대7 컵스 승). 임창용은 빅리그에 올라오자마자 마운드에 설 뻔했다. 불펜에서 연습투구까지 했지만 4대7로 뒤지던 컵스가 7회말 8대7로 역전, 상황이 급박해지면서 등판이 미뤄졌다. 7일부터 시작되는 밀워키와의 홈 3연전 때 여유로운 상황을 봐서 중간투수로 데뷔전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12일에는 신시내티 원정이 잡혀 있어 추신수(31ㆍ신시내티)와의 맞대결 성사 여부도 관심을 끈다. 임창용은 "메이저리그에서 던지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긴장되고 흥분된다"고 밝혔다. 태평양을 건너온 '퍼시픽 림(LIMㆍ임창용의 성(姓))' 임창용의 야구는 다시 출발선에 섰다.

한편 7일 신시내티전에 나갈 예정이던 류현진은 허리 통증 탓에 등판이 연기돼 추신수와의 두번째 맞대결이 무산됐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