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월 11일] 절묘한 국민의 선택 받들어야

지난 9일 18대 국회의원선거 결과는 보수열풍 속의 황금분할이라고 할 수 있다. 민의는 현명하고도 무섭다는 것을 새삼 통감하게 된다. 한나라당에 절대다수 대신 과반을 살짝 넘는 의석만 주고 통합민주당에 승리도 참패도 아닌 81석을 준 것이나 민노당에 5석을 안겨 진보정당의 명맥을 유지하도록 한 것 등은 정말 절묘한 선택이다. 정치는 3류지만 국민은 높은 정치의식으로 놀라운 심판을 했다. 한나라당에 153석이라는 과반의석을 주되 절대다수를 피한 데는 오만과 독주에 대한 견제심리가 담겨 있다. 경제회복을 바라는 열망에서 과반의석으로 안정적으로 국정운영을 하도록 밀어주면서도 내각구성과 공천과정 등에서 나타난 독주와 갈등을 비판한 것이다. 공천갈등 당사자들인 친박계열이 돌풍을 일으킨 반면 이재오 의원과 이방호 사무총장 등 실세들이 고배를 마신 것에는 많은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다. 개헌저지선인 100석 획득에 실패한 통합민주당은 참여정부 심판이라는 태풍을 맞았다. 보수계 의원이 200명에 육박하는 열풍 속에 손학규ㆍ정동영 등 거물과 ‘386’의원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그나마 81석이라도 얻은 것은 견제 야당의 필요성을 인정한 국민의 절묘한 선택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처럼 참여정부를 단호하게 심판하면서도 민노당에 5석을 준 것은 국민의 정치의식이 높아진 증거다. 여야 각 당은 국민의 절묘한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정치와 국정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여당은 경제 살리기와 개혁에 매진하되 항상 여론을 수렴하는 겸손한 자세를 잃어서는 안 된다. 야당도 반대와 떼쓰기 등으로 일관하기보다 경제 살리기에 협조를 아끼지 않는 등 견제와 협조의 균형감각을 가진 야당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이번 선거 결과 여성의원이 처음으로 40명을 넘어선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나 아직도 지역구도가 여전하고 금권 및 탈법 선거가 사라지지 않은 것은 정치권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크고도 시급한 과제다. 개혁을 게을리하면 엄한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총선거 결과는 말해주고 있다. 민심은 언제든 표변하며 무섭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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