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주택시장 변곡점, 피해자는 결국 실수요자다

요동치는 시장, 새가슴 실수요자
자산가는 조정국면서 기회 엿봐
부동산 부의 편중 심화될 수밖에


내년 주택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불안한 호황'이다. 급락 가능성도 미약하지만 급등 가능성도 희박하다. 연 2~3%대 매매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금리 인상 등 여러 변수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감을 잡기 쉽지 않아서다. 확실한 것은 길게는 5~7년, 짧게는 1~2년 호황 장세를 이어온 주택시장이 '변곡점'에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앞으로 다가올 '변곡점'은 처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과거의 사례를 봐도 상승 뒤에는 침체와 하락, 그리고 다시 상승하는 현상이 반복돼온 것. 한 가지 짚어볼 것은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것은 실수요자라는 점이다.

사실 주택시장이 요동칠 때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실수요자들이다. 넉넉하지 않은 자금으로 내 집 마련을 계획하고 있거나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1가구 1주택자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가격이 오를 때는 '올라 못 사고' 가격이 하락할 때는 '떨어져 못 사는 것'이 실수요자들이다. 어쩔 수 없이 '새가슴'이 될 수밖에 없는 그들은 주택시장의 흐름이 바뀔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에서 개미 투자자들이 뒷북 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많은데 주택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주택 투자는 최소 3년 이상을 내다보는 투자. 팍팍한 자금으로 투자에 나서다 보니 긴 안목보다는 그때그때 분위기에 휩쓸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멀게는 외환위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가깝게는 서울 잠실 입주 대란 등의 여러 사례에서 보듯 시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행동했던 것은 다름 아닌 실수요자들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집을 사 올해 매각했다면 제법 적잖은 양도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당시 무주택자는 가격 하락을 우려해 집을 사지 않았고 1가구 1주택자는 내 집을 처분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주택시장이 변곡점을 지날 때마다 정작 돈을 번 것은 자산가들이다. 상대적으로 넉넉한 자금에다 수차례 투자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급매물 등 이른바 시장가치보다 낮게 나온 매물을 사들인다.

이들은 당장의 주택시장 침체·하락보다 2~3년 뒤의 상승장을 내다보기 때문이다. 은행 이자는 월세로 충당하면 되고 오히려 변곡점을 '좋은 매물을 저렴한 값에 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한다.

올 들어 부동산 자산가들은 다주택자가 되는 것을 무릅쓰고 '소형 아파트 월세' 투자에 대거 나섰다. 금리 인상 등 변수를 고려해볼 때 무리한 투자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 자산가는 향후 몇 년간 다주택 보유에 따른 세 부담보다 월세 수익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PB는 "변곡점은 결과적으로 자산가들에게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줄 것"이라며 "과거에도 그랬지만 실수요자들만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는 구조가 뻔하다"고 말했다.

수차례의 변곡점을 거치면서 자산가들이 부를 더 장악해나가고 있다는 지표는 적지 않다. 통계청이 2012년 내놓은 부동산 소유 현황을 보면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136만명이다. 주택 소유자의 11.4%가 다주택자로 나타났다. 다주택자 비중은 최근 들어 더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가 임대사업자 양성에 나서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다주택을 보유한 뒤 임대사업을 하는 자산가들을 세금 유인책을 통해 수면 위로 끌어올릴 필요성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조정은 내년 중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점은 차이가 있지만 올해 가격이 많이 오른데다 내년 금리 인상 등의 변수가 변곡점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주택시장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도 조정은 필요하다. 문제는 조정 국면이 시장 자율보다는 정부 개입 등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고 그 과정에서 부의 편중이 더욱 심화된다는 점이다.

/이종배 건설부동산부장 ljb@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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