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오일쇼크' 오나

소비·물가·성장·경상수지등 전방위 악재
내수둔화에 실질소득 감소 서민 '직격탄'


'3차 오일쇼크' 오나 소비·물가·성장·경상수지등 전방위 악재내수둔화에 실질소득 감소 서민 '직격탄'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 국제유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우리 경제도 메가톤급 충격을 받고 있다. 초고유가는 '교역조건 악화 및 물가 상승→실질소득 감소→소비침체→기업 투자 및 일자리 감소→내수둔화→성장률 하락 압력'의 부작용을 불러오고 있다. 특히 내수가 둔화된 가운데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하면 3차 오일쇼크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경제 전반에 전방위 악재="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5.0%에서 4.8%로 하향 조정했다. 유가 급등, 환율 상승으로 경제여건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면서 물가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발표할 때 성장ㆍ물가 등 경제전망을 재검토하겠다." (21일 임종룡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이처럼 초고유가로 인해 이미 거시지표의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소비ㆍ물가ㆍ성장ㆍ경상수지 등 전방위에 걸쳐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가가 10% 오르면 성장률이 0.1~0.2%포인트가량 하락하고 물가는 0.2%포인트가량 오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한은ㆍ삼성경제연구소ㆍ메릴린치 등 국내외 기관들은 우리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내리고 있다. 도이체방크와 씨티그룹은 3.9%로 3%대 성장을 내다봤다. 또 최근의 환율 급등으로 올해 경상수지가 균형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금이 가고 있다. 초고유가의 부정적인 영향이 환율 급등 요인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3차 오일쇼크' 경고도=1차 오일쇼크 때인 1974년 평균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0.98달러, 2차 쇼크 때인 1980년에는 35.85달러였다. 현재 두바이유 유가는 배럴당 123달러다. 하지만 경제규모나 석유 의존도 등을 감안하면 그때와는 사정이 다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물가 상승률과 석유 의존도 등을 반영해 실질가격을 산출한 결과 1차 쇼크 수준이 되려면 배럴당 84.97달러, 2차 쇼크 수준은 151.65달러가 돼야 한다. 문제는 '설마' 하던 유가 150달러가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5일 보고서에서 앞으로 6∼24개월 내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2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충격적 전망을 내놓았다. ◇내수 둔화 등으로 서민 생활고 심화=현재 초고유가는 내수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입단가가 크게 오른 반면 수출단가는 하락함에 따라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은이 22일 발표한 '2008년 1ㆍ4분기 중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동향'에 따르면 올해 1ㆍ4분기 순상품 교역조건지수(2005년=100)는 지난해 말에 비해 6.7% 하락한 80.5를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8년 이후 분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순상품 교역조건지수는 한 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을 뜻한다. 이 지수가 80.5라는 것은 2005년에 1개를 수출하고 100개를 수입할 수 있었다면 올해 1ㆍ4분기에는 80.5개만 수입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그만큼 국민들의 소비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환율 상승과 물가 급등까지 겹치면서 국민들의 호주머니는 더 얇아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지난해(3.9%)의 절반에 불과한 2%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 "묘안이 없다"=유가 충격이 우리 경제를 덮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과도한 에너지 사용 억제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국내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고 다른 정책 목표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까지 가정에까지 냉ㆍ난방 온도 제한, 연비 1등급 차량에 대한 고속도로 통행료ㆍ주차료 50% 감면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가 포기한 게 대표적이다. 초고유가로 인해 당국의 정책 딜레마도 커지고 있다. 한은의 경우 6월 금리인하 시그널을 줬지만 최근 유가 급등이나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도 경기둔화에 대응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재정집행 확대 등 부양책을 서두르고 있지만 '물가 안정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더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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