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월 30일] 대출금리 상승세 너무 가파르다

은행권의 가계대출금리가 너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고용감소에다 소득증가세가 더딘 상황에서 금리가 뛰면 가계와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가중시켜 어렵사리 살아나고 있는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지난 9월 은행권의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연 5.96%로 6%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는 올 들어 최고 수준이며 전월 대비 상승폭 0.33%포인트는 11년반 만에 가장 큰 폭이다. 특히 신용대출은 0.39%포인트, 보증대출은 0.59%포인트나 뛰었다. 이에 따라 막대한 부채를 가진 가계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금리 급등세는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ㆍ은행채 금리가 뛰었기 때문이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하지만 9월 CD금리는 불과 0.16% 오른 데 반해 주택담보대출금리는 0.32%나 뛰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문제는 앞으로 시중금리가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은과 금융 당국은 그동안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고 시중유동성을 줄여왔다. 그러나 4ㆍ4분기에도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면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아진다. 호주에 이어 이스라엘ㆍ노르웨이 등은 이미 정책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었고 미국도 금리인상설이 나오면서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금리상승이 본격화하면 지금까지의 금리인하 때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 6월 말 현재 가계부채는 698조원에 이른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2조원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자비용 증가는 민간소비 위축과 생산감소-고용둔화-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금리상승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상환능력 이상으로 과도한 빚을 진 가계와 기업들은 금리가 더 뛰기 전에 채무를 조정해나갈 필요가 있다. 정책 당국도 부작용을 충분히 감안하면서 금리인상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은행들 역시 자금조달 비용을 대출자에게 곧바로 전가할 것이 아니라 경영합리화를 통해 금리인상 요인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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