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주류가 세종시에 대한 당론 수정을 공식화한 가운데 정몽준(오른쪽) 대표가 20일 한나라당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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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과 똑같은 싸움이 벌어질까.
한나라당 주류가 세종시 당론 수정을 20일 공식화했다.
방법은 5년 전 당론을 결정할 때와 마찬가지로 무기명 투표에 붙일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수정안 반대파와 친이계 의원들은 전면전을 벌일 태세다. 그럼에도 친이계는 당론 수정을 추진했다. 이는 친박계를 설득한다는 '우회로'를 포기하고 당론 수정이라는 '직행로'를 택했다는 뜻이다.
◇시동 건 주류, 가능할까=정몽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원안과 수정안 중 어떤 것이 당내 공감대가 큰지 민주적 방식과 정해진 절차에 따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의 한나라당 당론은 지난 2005년 결정했다. 이미 정한 원안과 수정안을 논의한다는 것은 수정안으로 바꾼다는 얘기다.
방법은 정 대표의 말대로다. 의원총회를 열어 토론을 거친 뒤(민주적 방식) 당헌에 따라 재적의원의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정해진 절차) 당론은 바뀐다. 투표 방식은 2005년 때처럼 무기명 비밀투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핵심은 친이-친박-중립계의 표가 어디로 쏠릴 것인가다. 현재 한나라당 소속의원 수는 169명이며 3분의2를 넘기 위해서는 최소한 113명이 수정안에 찬성해야 한다. 169명 가운데 친이계는 약 85명, 친박계는 60여명, 중립계는 25명 안팎이다.
우선 중립계 의원들의 경우 지역민심을 감안해 표를 던질 것으로 보여 최대 변수다. 이에 비해 친이-친박의 두 수장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 가운데 계파 소속 의원들이 배반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충성도가 약한 범친이계 일부와 수정안에 부정적인 친박계가 서로 엇갈려 투표할 가능성이 있다.
◇정면 돌파 이유는=당론 수정을 표결하면 친이-친박계가 얼굴을 붉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2005년 당시 박 대표와 친이계 사이의 정면대립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친이계 의원들은 단식 투쟁을 하며 탈당을 거론했고 박 대표는 "나갈 테면 나가라"며 맞섰다.
그럼에도 당 주류가 정면 돌파를 선언한 이유는 우선 충청권과 박 전 대표의 마음이 돌아서지 않기 때문이다. 충청민심은 수정안에 여전히 비우호적이다. 이는 박 전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권 주류는 더 이상 설득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강행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더 깊이 들어가면 세종시 정국에서 승기를 잡아야 남은 선거를 주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 주류 입장에서는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나타나는 민심과 당심을 잡아야 레임덕 없이 국정 운영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친박계 일부에서는 세종시 수정안 표결은 친박계를 분열시키려는 의도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다만 친이ㆍ친박 모두 현 정부에서 수정안을 채택하더라도 다음 정부에서 원안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본다. 본격적인 부처 이전은 다음 정부인 2012년으로 예정하고 있는데 친박계를 비롯해 야권에서도 원안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친이계가 '일단' 당론을 바꾸려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