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0월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폐지하는 개정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대신 고용증가인원별 1,000만원(청년 고용의 경우 1,500만원)을 한도로 투자세액공제를 해주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신설해 경제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높일 계획이다.
정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지방에서 10억원 설비투자를 한 기업이 현행과 같이 투자금액의 7%인 7,000만원의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고용을 7명 이상 늘려야만 하는데 기업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러한 제도 변화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제도의 요건이 까다로워 투자를 해도 지금까지처럼 세제지원을 받을 수 없고 이는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는 1982년부터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1968년 법인세법상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로 최초 도입됐다. 무려 43년 전에 도입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조세지원 제도다.
일각에서는 경기상황에 따라 '임시'로 운영돼야 하는 이 제도가 상시화됨에 따라 투자 촉진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비판하지만 기업들 의견은 다르다.
우선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는 법인세율과 함께 기업의 투자실행 여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기업들의 법인세 신고 실적을 봐도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의 기업 활용도는 매우 높다. 2008년 기준 임시투자세액공제 금액은 2조458억원인데 이는 각종 법인세 세액공제금액의 42%를 차지한다. 연구 및 인력개발비 세액공제액인 31%보다 높은 비율이다.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는 또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중요한 조세지원 제도로서의 기능을 해왔다. 2008년 기준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수혜법인 8,399개사 중 90%가 중소기업이다.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로 대기업이 설비 투자를 늘리면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의 매출도 오른다. 8월 대한상의가 전국 소재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의 82%가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연장을 요청한 것을 보아도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의 중요성을 알 수 있을 듯하다.
수도권과밀억제권역 외 설비투자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가 투자 여건이 열악한 지방 투자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 지방자치단체들의 일관된 평가다.
그럼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제도도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처럼 기업들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먼저 중소기업들은 지금처럼 투자액의 7%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을 만큼 고용을 늘릴 여력이 되지 않아 세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늘어난 세 부담은 결국 투자여력의 축소로 귀결된다.
또 지금은 중소기업이 투자를 하고 고용을 늘리면 임시투자세액공제와 함께 고용증가인원당 300만원의 고용증대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가 폐지되고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제도가 신설되면 고용증대세액공제와 중복적용을 받을 수 없어 세액공제금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편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고용인원 수와 연결 짓다 보니 반도체ㆍLCD 등 자본집약적 투자보다 노동집약적 투자를 우대해주는 격이 되는데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있는 추세에서 이것이 바람직한 조세정책방향인지도 의문이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회복세로 들어설 수 있었던 데는 정부의 적극적인 조세지원 정책과 이에 부응하는 기업 의욕의 공이 컸다. 그런데 세계경제 침체, 환율, 물가 등 불안요소가 잠재해 있어 경기의 완전한 회복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투자지원책인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세수 확보는 3조9,080억원에 달하는 체납세금의 징수율을 높이는 방안으로도 일부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