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회 칸 영화제가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공식 경쟁부문에 나선 한국영화들이 다양한 공식행사를 마련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드 보이’(감독 박찬욱)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감독 홍상수)는 각각 15일과 17일(현지시각) 기자회견과 공식상영을 갖고 23일 발표되는 최종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엇갈린 평가를 받은‘올드보이’ = ‘올드 보이’ 기자회견에 참석한 외신들은 영화의 잔혹한 폭력 장면에 관심을 보였다. 롱테이크(길게 찍기)로 촬영한 ‘장도리 액션신’이나 오대수(최민식)가 산낙지를 씹어 먹는 장면 등에 대한 질문에 박찬욱 감독은 “폭력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폭력을 단순한 볼거리로 그리는데 대해 관심이 없고 이를 재미로 사용하는 것 또한 거부감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 영화에 대한 현지 반응은 극명하게 나뉘어졌다. 현지 영문 소식지 ‘스크린’은 2.4점의 별점을 주며 전체 3위에 올린 반면 프랑스 언론들의 평을 모아놓은 ‘르 필름 프랑세’에서는 르몽드를 비롯한 5개 언론으로부터 0점(pas du tout)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 인간의 모순 보여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 ‘여자는…’의 홍상수 감독은 17일 기자회견에서 독특한 제목과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내용에 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홍 감독은 “몇 년 전 파리에 머물며 서점에서 우연히 본 엽서 속 문구로 제목을 지었다”면서 “영화 속 인물들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이를 통해 인간의 모순된 위험한 감정을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작품내용을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공동제작을 맡은 프랑스 MK2프로덕션 제작자들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공동제작자 마틴 칼리츠는 “홍 감독 영화는 관객들에게 상상력을 펼칠 자유를 준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이런 기회를 갖고 싶은 영화”라고 말했다.
한편 ‘여자는…’은 프랑스 현지 배급사 참여 등으로 영화제 시작 전 많은 관심을 모았으나 막상 영화제에 들어서면서는 다소 냉담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현지 시사회에는 1,000명 이상의 취재진들이 몰렸지만 영화 중간 자리를 뜨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고, 기자회견장 또한 40여명 정도만 참여해, 다른 회견장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