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흥시장은 어느 때보다 국가별로 차별화가 두드려졌다. 국제 원자재 가격 및 통화의 변동, 정부 정책 등이 개별 국가에 호재 또는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원자재 약세와 수출 수요 부진이 이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경제 개혁, 경쟁력 제고, 관료주의 타파, 생산성 향상을 위한 준비를 한 국가가 통화 긴축 상황에 원만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인도와 같이 원자재 및 에너지를 수입하는 국가 역시 원자재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국가의 가계 실소득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국가 간 차별화 현상은 기업의 경영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경기가 양호하고 통화 환경이 원만한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은 수요의 증가로 경영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반면 가격 결정력이 취약하고 경기가 약세인 시장에서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내년에도 신흥시장의 투자를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폭과 속도다. 사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신흥시장에 미칠 치명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는 수년째 지속됐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신흥시장의 주가에 대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리 인상의 폭이나 속도가 전망치를 크게 웃돌지 않는 한 신흥시장 국가의 기업가치가 하락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된다. 오히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신흥시장 국가가 금리 인상에 대비해 점차 외화 부채 의존도를 줄여왔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신흥시장의 변동성 역시 투자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흥시장의 변동성은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하락 변동성은 높은 인지도와 가격 결정력, 기술력을 갖춘 기업의 주식을 매력적인 가격에 사들일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반대로 상승 변동성은 투자자에게 이익을 실현하게끔 해주고 다른 주식에 투자할 기회를 줄 것으로 본다.
이처럼 신흥시장의 국가별 경기 차별화 추세가 지속되고 추가 변동성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어느 때보다 선별적인 투자 전략이 필요한 때다. 경기 호재로부터 수혜를 입으며 소액 주주와 이익을 공유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하되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종목은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