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윗선 보호 '꼬리 자르기' 의혹

"윤일병 사건 상세내용 軍 수뇌부에 보고 누락됐다"
보고체계 감사 잠정결론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의 보고체계를 감사하는 국방부 감사관실이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관진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권오성 전 육군참모총장에게는 사건의 상세내용이 보고되지 않았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군당국이 윤 일병 사건의 축소·은폐 의혹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김 실장을 보호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어제 감사관으로부터 감사경과를 보고 받았다"며 "그 자리에서 '이 사안은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마무리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감사관은 '현재까지의 감사 결과 윤 일병 사건의 상세내용이 당시 국방부 장관과 육군참모총장에게는 보고되지 않은 것 같다'는 취지의 보고를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지난 5일부터 한 장관의 지시로 28사단·6군단·3군사령부·육군본부·국방부·합동참모본부 등 관련되는 부대와 기관을 상대로 윤 일병 사건 보고과정의 문제를 감사하고 있다. 감사 결과는 12일 혹은 13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윤 일병이 사망한 다음날인 지난 4월8일 오후 윤 일병이 당한 '엽기 가혹행위'의 상당 내용이 담긴 15쪽 분량의 28사단 수사보고서를 온라인으로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에는 선임병들이 윤 일병에게 치약을 먹이고 가래침을 핥게 하는가 하면 수액주사(링거)를 놓고 폭행을 했다는 내용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같은 날 오전 당시 김 장관에게 윤 일병 사건의 개요를 '육군 일병, 선임병 폭행에 의한 기도폐쇄로 사망'이라는 제목의 1장짜리 문서로 보고했다. 이 보고서에는 윤 일병이 부대 전입 이후 한 달 이상 지속적으로 당한 폭행 및 가혹행위의 상세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국방부는 당시 김 장관이 이후에도 윤 일병 사건의 상세내용을 보고 받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국방부 감사관실도 그와 유사하게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은 '군 검찰이 윤 일병 가해자들을 기소한 5월2일 국방부 장관이 기소내용을 보고 받았느냐'는 질문에 "보고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병사들에 대한 기소는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국방부 감사관실은 사건 발생 이후 군 수뇌부에 사건의 전모가 보고되지 않은 이유가 보고책임자의 단순 누락인지, 의도적인 은폐인지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안다"며 "둘 중에 어떤 결론이 나오느냐에 따라 징계수위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이후 후속조치로 김 당시 국방부 장관이 주관하는 특별 군 기강확립 대책회의가 4월 중순에 개최됐고 5월1일에는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주요 지휘관 화상회의가 열렸다는 점에서 당시 군 수뇌부가 사건의 전모를 몰랐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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