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추적 65% 본인동의 안받아

국세청등 국가기관 직권으로 실시 "사생활 침해 우려"

국세청ㆍ금융감독원ㆍ공정거래위원회 등 국가기관이 실시하는 계좌추적의 상당수가 본인 동의나 영장이 없이 이뤄져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재정경제부가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금융거래정보 제공 건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 9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국가기관의 계좌추적 건수는 총 170만5,1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본인의 동의가 있거나 수사기관의 영장에 의해 집행된 건수는 전체의 35.2%인 59만9,909건에 그쳤고 나머지는 국세청ㆍ금감원 등 국가기관이 개별법에 의해 직권으로 실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계좌추적 조사 3건 가운데 2건이 본인의 동의 없이 이뤄진 셈이다. 본인 동의나 영장 없이 실시한 계좌추적 건수는 98년 9만8,061건, 99년 13만5,139건, 2000년 17만9,688건, 2001년 23만7,446건 등으로 급증하다가 2002년 20만1,188건, 2003년 15만5,337건으로 감소했다가 올 상반기에만 다시 9만8,332건으로 늘어났다. 금융실명법에 따라 계좌추적은 원칙적으로 본인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예외적으로 부패 혐의나 범죄 등과 관련될 경우 본인 동의나 영장 없이 가능하다. 한편 기관별로는 국세청 등 세무당국에 의한 계좌추적이 올 상반기에만 5만1,367건으로 가장 많았고 공직자윤리위원회 9,981건, 금감원 5,156건, 선거관리위원회 690건 등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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