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 각국 언론들은 이 소식을 긴급 타전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미국을 대표하는 언론매체인 뉴욕타임스(NYT·왼쪽)와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도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각각 인터넷 홈페이지 헤드라인 뉴스로 즉각 개제했다. /각사 홈페이지 발췌 |
|
뉴욕타임스(NYT)ㆍ로이터통신 등 전세계 주요 언론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발 빠르게 타진했다.
전세계 언론들은 김 전 대통령을 "한국의 민주화 기반을 닦고 남북 화해의 물꼬를 튼 인물"이라 애도하며 주요 뉴스로 신속 보도했다.
18일 로이터통신은 서울발 속보로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하며 그를 '한국 민주화 투쟁의 정점이었던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통신은 DJ라는 애칭으로 불려온 그가 반체제 인사에서 한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된 사건이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최초의 '권력 이동(power shift)'이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전세계인들이 김 전 대통령을 가장 많이 떠올리는 장면은 지난 2000년 평양을 방문해 남북한 정상 간의 첫 만남을 이뤄내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악수한 것"이라며 이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등 한반도 평화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김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인터넷판 톱뉴스로 전하며 김 전 대통령을 한국 사회의 민주화 투쟁의 전형이자 남북 통일로 이어지는 민족 화해의 꿈을 향한 대명사였다고 언급했다.
NYT는 김 전 대통령이 성사시킨 남북정상회담으로 평화조약 없는 휴전협정이 체결되며 기술적으로는 전쟁 상태에 남아 있던 한반도에 전례 없는 긴장 완화가 찾아왔다고 회고했다.
신문은 그가 추진한 '햇볕정책'으로 남북한이 국경선을 개방하고 도로와 철도를 건설한 점, 합작 산업공단이 들어서고 200만명의 한국인이 북한을 관광한 점, 전세계인들에게 중계돼 회자됐던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킨 점 등을 그의 업적으로 열거했다.
영국 BBC방송도 김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와 북한과의 통일을 위해 평생을 바쳤던 인물이라 전하며 주요 뉴스로 다뤘다.
BBC는 "김 전 대통령은 군사독재 기간에 '위험한 급진주의자'의 상징처럼 불렸다"며 "그의 대통령 당선으로 1948년 건국 이래 첫 번째 평화 정권교체 역사가 쓰였다"고 평가했다. BBC는 몇 차례에 걸친 암살 기도와 사형 구형, 수감, 국외 추방, 가택 연금 등에서 4선 도전 끝에 이뤄낸 대통령 당선과 노벨평화상 수상 등 한편의 영화 같은 그의 인생 역정을 간략히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민주화 투쟁을 위해 생애를 헌신하며 분단된 조국의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실제적으로 노력했던 인물이라고 추모했다.
WSJ은 "1997년 그의 대통령 당선으로 한국 사회에 복수정당 체제가 비로소 자리잡았다"며 "정치적으로는 좌파였지만 경제적으로는 민중주의(populist) 노선을 걸으며 구제금융 등 경제위기에 빠져 있던 사회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WSJ는 이어 "그가 국제 사회에 가장 기억되는 점은 햇볕정책"이라며 "그는 이로 인해 이듬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지만 이 같은 남북 화해 기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언론들도 김 대통령의 서거를 인터넷판 머리뉴스로 올리며 애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김 전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과 한일관계 개선 노력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교도(共同)통신은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견인해온 김 전 대통령이 사망했다"고 신속히 보도하며 "첫 여야 정권 교체로 대통령에 올라 국가파산 일보 직전으로 평가된 통화 위기를 극복했으며 대담한 구조 개혁으로 한국을 정보기술(IT) 대국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이어 "김 전 대통령은 대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했다"고 소개한 뒤 일본 대중문화의 단계적 개방,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 등의 사례를 나열했다.
아사히(朝日)신문도 "한국을 대표하는 정치지도자로 남북한 화해 교류와 한일 관계 개선에 힘썼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