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유럽 경제개혁의 중요성

<파이낸셜타임스 30일자>

유럽연합(EU)에서 유럽헌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경제개혁이다. 경제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EU는 헌법이 어떻게 되든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개혁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개혁추진과 관련해 무능을 드러냈고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오히려 개혁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왜 유럽 국가에서 개혁은 이처럼 어려운 것인가. 먼저 선거가 너무 많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국민투표는 경제개혁을 어렵게 해왔고 매년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의 선거가 있는 독일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 유럽국가의 지배 정당들이 연합체 성격을 갖고 있는 것도 개혁에 장애가 되고 있다. 개혁이라는 큰 그림에는 동의한다 해도 세부적인 사안 각각에 대해 이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또 유럽 정부가 경제개혁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잘못 설명하고 있다. 경제개혁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유럽 국가 정부들은 동유럽과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식으로 경제개혁을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잘못된 전략이다. 동유럽 국가들보다 인건비가 10배 가까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들 국가들에 필요한 개혁은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여기에는 교육 시스템을 바꾸고 노동시장을 포함한 시장개혁 등이 포함된다. 이들 국가들에서 기술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인건비뿐 아니라 양질의 노동력 부족과 까다로운 해고 요건, 과도한 규제 등이 복잡하게 작용한 결과다. 개혁의 순서도 잘못됐다. 지금 경기 침체기 한 가운데 있는 국가들이 경제개혁을 한답시고 실업수당과 복지수당부터 삭감하는 것은 바람직한 순서가 아니다. 결국 이러한 요인을 감안할 때 오늘날 경제개혁이 미진한 것은 이들 국가 정부들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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