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매각가격 예상보다 낮아질듯

금융시장 경색에 인수후보들 자금조달 영향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대우조선해양의 매각가격도 낮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사태로 금융권의 자금운용 기조가 ‘보수’로 급격히 선회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인수 후보들이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입찰가격 하락을 유발시켜 ‘가격 경합’의 열기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을 보수적으로 보는 일부 인사들은 “6조원 아래에서 가격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16일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인수자금의 30% 안팎을 외부에서 끌어와야 하는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기업들이 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줄이 마르는 만큼 대우조선해양 인수가격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가격을 매기는 공식은 시가총액+경영권 프리미엄이다. 시가총액은 주식시장 변동에 따라 변수가 있지만 현재의 주가 수준을 놓고 보면 전체 지분의 50% 정도를 인수하는 데 3조원 안팎이 든다. 하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은 시장 상황에 따라 시가총액의 80~120% 정도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을 경우 ‘안전한 베팅’을 위해 경영권 프리미엄 반영 비중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시장전문가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서는 인수 후 필요한 투자자금, 유동성 확보자금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의 금융시장은 자금조달경쟁에서 시장신뢰도가 높아 금융비용을 적게 치를 수 있는 기업에 유리해졌다”고 분석했다. 신용평가기관에 따르면 현재 인수 후보들의 신용도는 포스코(AAA)가 가장 높고 현대중공업(AA+), GS홀딩스(AA), 한화석유화학(A)이 뒤를 잇고 있다. 현재 신용도 AAA- 기업의 무보증 3년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가 7.13%인 점을 감안하면 GS와 한화가 동일 조건의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적어도 8% 이상의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더욱 보수적으로 운용하게 되면 ‘플러스 알파’의 금리를 내야 할 수도 있다. 그만큼 자금조달에 필요한 비용이 높아지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금조달을 위해 너무 무리한 금융비용을 치르게 되면 결국 ‘승자의 저주’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현재의 금융시장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체 자금조달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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