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SK 외에도 삼성, LG, 롯데, 현대자동차 등 다른 기업들이 정치권에 제공한 정치자금까지 수사를 확대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검찰은 불법 대선자금 의혹 폭로가 잇따르면서 수사 착수에 대한 여론의 압력을 받고 있지만 가뜩이나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를 확대했다가는 기업활동을 더 위축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SK비자금`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30일 이상수 열린우리당 의원을 조만간 재소환, 민주당 대선자금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해 조사키로 방침을 정하고 소환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검찰은 또 현재 출국금지된 김영일 한나라당 의원과도 금명간 접촉, 내주초 출두토록 소환을 통보할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대선때 민주당 총무본부장이었던 이상수 의원이 재소환되면 민주당 김경재 의원이 제기한 `이중 장부` 존재 여부와 함께 SK 외에 삼성, LG, 현대차, 롯데 등 다른 기업들로부터도 불법적인 방법으로 대선자금을 제공받았는지에 대해 추궁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구체적인 단서가 확보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5대 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한 일이 없다”며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SK를 제외한 다른 기업의 자금 담당자를 소환 조사한 사실도 없다”고 말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전날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뒤 밤 11시30분께 귀가조치한 이화영 전 민주당 선대위 업무조정국장(현 열린우리당창당기획팀장)과 이날 새벽 1시께 귀가한 선봉술 전 장수천 대표를 조만간 다시 불러 보강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검찰은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과 공모해 SK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이재현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을 구속 수감했다.
한편 삼성, 롯데 등 재계는 겉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불똥이 어디로 튈지 내심 긴장하고 있다. 한 그룹 관계자는 “임직원 명의의 정치자금도 영수증을 받고 낸 것이기 때문에 정당한 정치자금”이라며 “문제가 될 정치자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대책을 세우거나 별도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그룹 관계자도 “우리는 법적 한도 내에서 정당 후원금을 내고 영수증 처리했다”며 “관계자가 검찰에 소환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철수기자,문성진기자,최수문기자 cso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