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간통죄 위헌" 결정] "시대 변화 반영 마땅" vs "배우자 부정 단죄 어떻게"

시민·법조계 찬반의견 갈려
"형법상 처벌 사라진 만큼
피해구제 등 후속 논의 필요"

헌법재판소가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선고한 26일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홍정식 활빈단 대표가 헌재의 결정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대의 변화에 따른 당연한 결정이다." "헌재가 국민 정서를 제대로 반영했는지 의문이다."

26일 62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간통죄 위헌 결정을 놓고 시민·법조계는 찬반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다만 형법상 처벌이 사라진 만큼 민법상 피해구제나 윤리적 제재 강화와 같은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는 요구는 비슷했다.

성남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여성 백설(35·가명)씨는 "국가가 연애사를 형법으로 간섭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면서 "게다가 간통죄는 입증이 어려워 실효성이 있었던 것 같지도 않다"며 위헌 결정에 찬성했다. 서울에 사는 강모(45)씨도 "간통죄가 폐지됐다고 해서 안심하고 부정을 해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비상식적"이라며 "그동안 간통죄가 외도에 대한 억지력도 약했던 만큼 간통은 개인들의 윤리 문제에 맡기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동의했다.

반면 40대의 한 여성 공무원은 "배우자의 부정으로 피해를 받은 이를 구제하거나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방법이 없어진 것 아니냐"며 "위헌 결정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50대 남성은 "성생활은 명백한 개인의 권리인 것이 맞지만 개인의 권리로 인해 가족이라는 사회 기초조직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간통에 따른 배우자의 분노를 그동안 법 테두리에서 어느 정도 해소해줬는데 이게 사라지면서 개인적인 복수가 나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한 네티즌은 "결혼생활 중에 성적 자기결정권? 글쎄"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또 다른 네티즌은 "쓰지도 못할 법을 괜히 만들어놓느니 깔끔히 폐지가 돼버리는 게 낫다"고 밝혔다. 트위터 이용자 알리스는 "간통죄가 있어야 안심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 불륜을 안 저지르는 결혼생활이라면 아예 안 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며 윤리 문제임을 강조했다.

법조계는 헌재의 간통죄 폐지 결정을 예상했다면서도 아쉬움과 환영으로 나뉜 모습을 보였다. 이명숙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이혼소송을 하러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간통죄는 존재해야 하고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국민 정서를 반영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이혼하지 않더라도 간통죄로 고소할 수 있게 하고 징역형 외에 벌금형도 선고 가능하게 하는 등의 다양한 개선안도 하나의 방법이었는데 폐지로만 결정된 것에 대해 아쉽다"고 말했다.

정수경 변호사는 "현재 상대방의 간통으로 이혼할 경우 받는 위자료가 3,000만~4,000만원 수준으로 비교적 높지 않기 때문에 그 돈 주고 간통을 저지르겠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며 "위자료도 적은 상황에서 간통죄가 폐지된 만큼 이런 사람들의 간통에 대한 제재가 더욱 힘들어지며 심지어 간통을 저지른 배우자나 그 상대방이 적반하장 격으로 나오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여성 변호사는 "간통죄가 폐지됐다고 해서 민법상 부부간의 정조 의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도덕에 대한 인식 등이 공고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반면 법조계 내에서 간통죄 폐지를 환영하는 목소리도 많다. 가사소송을 주로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그동안 배우자의 간통죄를 입증하기 위해 심부름센터 고용이나 몰래카메라 이용 등의 무리한 일을 벌이는 부작용도 많았는데 이에 대한 폐단이 줄어들 것"이라며 환영했다. 또 다른 여성 변호사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발달한 상황에서 간통죄라는 것은 시기적으로 이미 지나간 제도"라며 "징역형밖에 없는데다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것도 어려워 무용론이 나오는 상태에서 현실적으로 이혼할 때 받을 수 있는 위자료 액수를 올리는 방식으로 나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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