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들은 경기 둔화가 진정되는 국면이지만 수출과 내수가 극단적으로 양극화되면서 당분간 수출에 의한 경제성장을 내수 침체가 갉아먹는 형태의 경기 회복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경제 회복은 결코 나아진 것이라고 할 수 없다”며 “3ㆍ4분기 국내 총생산(GDP) 성장률이 2.3%를 기록한 것은 수출과 건설이 경기 악화를 그나마 막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도 “3ㆍ4분기는 경기가 회복됐다고 하기보다 경기 둔화가 진정되는 국면에 접어든 것”이라며 “4ㆍ4분기부터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되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GDP성장률은
▲1ㆍ4분기 1.7%
▲2ㆍ4분기 3.1%
▲3ㆍ4분기 7.1%로 급격하게 `V자형`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우리는 내수 부진으로 인해
▲1ㆍ4분기 3.7%
▲2ㆍ4분기 1.9%
▲3ㆍ4분기 2.3% 등 `U자형`의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 위축으로 인해 수출로 인한 긍정적 효과는 상당부분 상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전무는 “수출과 내수가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상황”이라며 “가계부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소비 심리가 쉽게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임 연구원도 “수출이 예상보다 호조세를 보인 반면 소비는 여전히 감소세를 이어갔다”며 “수출이 지금 추세대로 계속 늘어난다고 해도 연간 3%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경기 회복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설비 투자 부진을 지목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김 연구원은 “당초 3ㆍ4분기 설비 투자가 7.7% 감소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4.7% 감소하는데 그쳐 그나마 다행”이라며 “4ㆍ4분기 투자는 이 보다 개선되겠지만 설비 투자 부진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석들을 기초로 전문가들이 예상한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은 2.7~2.8%선으로 수렴되고 있다. 오 상무는 “바닥을 다진 경기는 4ㆍ4분기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여 연간 2.8%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내수의 성장 기여율이 떨어진 가운데 내수가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이번 한은 발표에서 긍정적인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정전무는 “수출에 힘입어 4ㆍ4분기 성장률은 3ㆍ4분기보다는 나아지겠지만 카드 부실로 인한 소비 위축, 검찰의 대기업 수사로 인한 투자 부진 등은 계속 될 것”이라며 “GDP성장의 60%를 차지하는 소비 침체로 인해 올해 경제 성장률은 2.7%에 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