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술렁이는 인터넷 시장

김문섭 기자 <정보산업부>

국내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인터넷망 도매사업자인 파워콤이 소매시장 진출을 추진하자 하나로텔레콤 등 일부 업체가 거세게 반발하는 등 크게 술렁이는 분위기다. 지난 2002년 말 파워콤을 인수한 데이콤은 파워콤의 네트워크를 앞세워 통신시장에서의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KT에 버금가는 망을 보유하고 있는 파워콤이 가정용 초고속 인터넷 시장을 공략할 경우 파괴력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런 파워콤의 공세에 대해 잔뜩 긴장하는 것은 업계 2위인 하나로텔레콤이다. 4,727억원을 들여 두루넷을 인수한 후 초고속 인터넷에 집중하기 위해 휴대인터넷까지 포기한 마당에 최악의 복병을 만난 셈이다. 6월로 예정된 정부의 최종 허가결정을 앞두고 하나로텔레콤은 파워콤의 행보를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나로ㆍ두루넷이 빌려 쓰는 파워콤 망을 자가망으로 대체하려면 1,500억원대의 ‘중복투자’가 필요한데다 파워콤이 원가 경쟁력과 경쟁사 가입자 정보를 무기로 불공정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논리다. 정보통신부는 규정에 따라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막을 명분이 없지 않느냐”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기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에 적지않은 불만을 가져온 소비자들은 파워콤의 시장진입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보다 값싸고 빠른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통신시장에서 경쟁만이 최고의 미덕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여러 차례 경험했다. 경쟁은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혼탁ㆍ과열 경쟁은 국가 경제에도, 장기적인 소비자 후생에도 결코 이롭지 않다. 통신사업자들이 포화점에 이른 시장에서 과도한 경품과 마케팅 전쟁으로 일관하다가는 전체 통신산업의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통부가 지속적인 시장개입과 규제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을 막을 명분이 없다면 경쟁효과를 면밀히 따져 부작용을 예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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