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을 대표하는 브릭스(BRICS: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가 미국의 출구전략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토마스 트라우만 브라질 정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화통화를 하며 거시경제 정책 분야의 공조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호세프 대통령이 주 후반에는 다른 브릭스 정상들과도 접촉해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오는 7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일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출구전략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이 극도의 혼란에 휩싸인 뒤 개별국가들이 시장에 개입한 적은 있어도 이렇게 각국이 공동 대응하기로 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브라질 언론은 호세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따른 달러강세와 외국인 자금이탈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공동 대처하는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자국 화폐가치가 절상된다며 비판의 날을 세우던 신흥국들이 정책을 완전히 뒤집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통화에서 시 주석과 호세프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정책공조가 필요하다는 데 깊이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소식통은 로이터에 "더 복잡하고 새로워진 요소가 세계 금융시장을 흔드는 이때 양국 정상은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실제 브릭스 금융시장은 버냉키 의장이 출구전략을 기정사실화한 후 극심한 혼란에 시달리고 있다. 브라질은 달러 대비 헤알화 가치와 주가가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 역시 지난주 20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으며 중국은 은행권 자금경색 우려까지 겹쳐 증시가 이틀 연속 폭락했다.
한편 로이터는 브라질 정부 내에서 이번 금융시장 혼란과 관련해 자신감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의 브라질 관리는 "신흥국들이 출구전략에 대해 우려하고는 있지만 현재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문제를 해결할 방안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들은 외환보유액을 늘리고 서로의 통화를 교환할 수 있는 통화스와프를 잇달아 체결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4월 기준 브라질의 외환보유액은 3,787억달러(세계 6위)로 우리나라(3,288억달러ㆍ7위)보다 많으며 인도 역시 2,964억달러(9위)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