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과징금…도 넘은 공정위

담합 두유업체 3곳에 131억… 5년치 순익 넘어 "기업 고사" 비판 목소리


수장이 바뀐 후 물가를 잡겠다면서 대규모 담합 조사를 한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협의 업체에 5년치 이익을 합한 규모를 넘는 과징금을 물렸다. 두유업체가 조사 시작 이후 첫 시범 케이스로 오른 대상이었는데 시장에서는 물가안정을 명분으로 기업을 고사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두유가격을 두 차례에 걸쳐 공동 인상하고 '덤 증정' 제한을 합의한 정식품ㆍ삼육식품ㆍ매일유업 3개 두유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13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 과징금 부과는 공정위가 서민밀접품목 조사에 착수한 후 담합을 통한 불법 가격 인상에 대해 처음으로 제재를 가한 것이다. 업체별 과징금은 정식품 99억원, 삼육식품 15억원, 매일유업 17억원이다. 이들 업체는 두유제품 시장의 82%(정식품 44%, 삼육식품 24%, 매일유업 14%)를 점유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정식품과 삼육식품은 지난 2008년 2월 공동가격 인상에 합의하고 두유가격을 각각 10.4%, 10.0% 올렸다. 2007년 곡물가격 등 원재료 가격이 급등해 이익감소가 우려되자 가격 인상을 담합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이들은 2008년 하반기에도 대두가격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가격인상에 합의하고 정심품은 11.2%, 삼육식품은 11.7%, 매일유업은 11.8%씩 두유 가격을 올렸다. 연이은 가격인상 결과 정식품의 두유가격은 230원에서 300원으로, 삼육은 221원에서 287원으로, 매일유업은 300원에서 330원으로 상승했다. 이들 업체는 2008년 7월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인상 가격을 유지했으며 올해에도 원가상승을 이유로 두유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또 2008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덤 증정'을 제한했으며 미실행 업체에 제재사항을 규정한 가이드라인까지 작성했다. 이에 업체들은 담합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과징금이 과도하다며 재심의를 요청하기로 했다.특히 업계 1위인 정식품에 부과된 99억원은 이 회사 5년치 당기순이익 합계액을 넘는 수준이다. 정식품은 특히 공정위가 담합 대상으로 삼은 2008년에 17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았다고 밝혔다. 매입유업 측도 "두유로 얻는 이익은 한 해에 수억원에 불과한데 17억원은 너무 많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식품업계는 공정위가 향후 커피ㆍ치즈 등 다른 품목에 대한 조사 결과도 계속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자칫 업계 전체가 이윤 추구에만 혈안이 된 부도덕한 집단으로 비춰질까 봐 긴장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물가 단속에 혈안이 된 상황에서 이런 조사 결과가 나오게 돼 당혹스럽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최대한 가격인상을 자제해왔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