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백화점 매출과 자동차 판매가 증가하는 등 곳곳에서 훈풍이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꽁꽁 얼어있던 내수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는 것 같아 반가움이 앞선다.
이러한 내수회복과 더불어 수출호조가 지속되면서 사상 최대의 성과를 내는 산업이나 기업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렇듯 한편에서는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푸념도 무성하다.
이는 경기침체 과정에서 산업간 업종간 간극이 크게 벌어지고 지금처럼 훈풍이 분다 해도 산업 전체에 고루 퍼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생산을 보면 제조업의 경우 10.5% 증가한 반면 서비스업은 0.1% 줄어들었다. 제조업 내에서도 중화학과 경공업간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등 뚜렷한 양극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이는 산업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측면도 있다. 국내에서 설 자리를 잃고 낮은 임금을 찾아 해외이전을 서두르고 있는 신발ㆍ섬유 같은 업종에게 IT같은 눈부신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렇다고 산업양극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소홀히 한다면 자칫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될 수도 있다.
양극화가 심화되면 학습능력이 서로 다른 학생들을 한 반에서 상대해야 하는 선생님처럼 정책 담당자는 어디에 초점을 두고 경제를 이끌어야 할지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산업양극화는 대ㆍ중소기업간 양극화로 이어지고 소득격차 확대와 계층간 소외감을 불러온다. 임금을 제때 받을지가 걱정인 근로자에게 호황기업의 특별보너스 지급은 상대적 박탈감만 부추기게 될 것이다.
이러한 소외감은 사회적 합의에 필요한 비용을 증가시켜 경제성장에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양극화는 단기간 내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임기응변식 대응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종합적인 보완책 마련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해야 한다. 산업간 격차는 경기침체 때 더욱 커지는 만큼 투자 활성화를 통해 경기를 살리는 것이 급선무이다.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출자총액제한, 수도권 입지제한, 서비스업 진입제한 같은 규제완화가 관건이다.
특히 대기업의 투자의욕을 높이고 학교ㆍ병원 같은 서비스 업종에도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자금 사정이 빠듯한 중소기업으로서는 몇몇 인센티브로 유인한다 해서 선뜻 투자에 나설 여력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산업은 점점 몰락해가는 사양산업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가령 지능형 차량운행시스템이 장착된 자동차, 데이터 교환과 외부 디지털 기기와의 연결이 가능한 스마트섬유처럼 전통산업도 IT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얼마든지 첨단업종으로의 변신이 가능하다.
일부 산업에만 크게 의존해 지탱하는 경제로는 지속적인 도약을 이루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양극화 해소를 올해의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은 올바른 방향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마련되고 차질 없이 추진돼 동반성장의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