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빈 호건

삼성에 비수 꽂더니… 추악한 과거 들켰다
논란 거세지는 '배심원 자격'삼성-애플 미국 특허소송 배심원 대표 벨빈 호건시게이트 소송 숨겨… 불법 인정땐 평결 취소 가능

양철민기자 chopin@sed.co.kr













벨빈 호건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특허침해 소송에서 배심원 대표를 맡았던 벨빈 호건의 과거 이력이 속속 드러나며 평결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6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벨빈 호건은 지난 90년대 초반 부동산담보대출(모기지) 상환과 관련해 하드디스크 전문업체인 시게이트사와 소송을 벌였다. 당시 시게이트는 호건을 해고한 후 부동산담보대출 분담 비용을 갚으라고 주장했으며 호건은 시게이트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등 법정 분쟁을 벌였다. 사건은 1993년 호건이 집을 지키기 위해 개인파산을 신청하며 마무리됐다.

문제는 호건이 배심원으로 선정되기 전에 열린 예비 심문 선서에서, 시게이트와 관련된 과거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데 있다. 호건은 이 같은 사실을 숨긴 채 배심원 대표로 활약하며 일방적으로 애플에 유리한 평결을 내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배심원단 또한 평결 직후 호건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시게이트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것은 감안하면 호건이 20여년전의 소송에 대한 앙심으로 삼성전자 측에 불리한 평결을 내렸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하드디스크 부문을 매각하며 시게이트 지분의 9.6%를 양도 받는 등 시게이트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호건의 행위가 배심원장의 '불법행위(misconduct)'로 인정될 경우 배심원 평결이 원천 무효화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호건이 시게이트와의 악연 때문에 삼성전자에 불리한 평결을 주도했다는 의혹은 차치하더라도 20년전의 파산 사실을 숨긴 것은 평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한편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은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 소송 전에서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의 대변인인 안드레아스 비테는 삼성전자 '갤럭시 탭' 5종이 자사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는 애플의 주장이 개연성이 낮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요한나 브루크너 호프만 판사는 이날 청문회에서 "소비자들이 삼성전자의 제품을 애플의 아이패드로 착각하리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