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7년 6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 조합원들이 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서울경제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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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세금감면 등의 자동차 산업 지원대책을 내놓은 정부가 이번에는 자동차 업계의 강도 높은 자구안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타결을 앞둔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미칠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부가 자동차 지원방안을 내놓은 만큼 업계 역시 이에 걸 맞은 성의를 보이라는 것이다. 혈세를 동원해 업체들을 살려주니 이제 업체들이 화답하라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수원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 및 자동차 업계 간담회에서 “현대자동차 노사가 정부 지원에 앞서 특단의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현대차를 지목하면서 “현대차 직원의 평균 임금은 미국 앨라바마 현지공장 직원 임금보다 높지만 생산성은 훨씬 떨어진다”며 “국내 자동차 업계의 생산성이 체코와 중국보다 낮으면서 생존하는 것은 고환율 덕분”이라고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환율이 내려가 정상화될 때를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 환율이 올라갈 때를 대비했던 것이 오늘날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0세기에 만들어진 낡은 차를 새 차로 바꾸듯이 낡은 노사문화 패러다임도 이번 일을 계기로 바꿔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상황이 어려운 만큼 자동차 업계를 정부가 지원해줄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반드시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역시 자동차 산업 활성화 방안은 업계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과 노사관계 선진화라는 전제하에 추진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 장관은 “현대차가 지금과 같은 노사관계를 유지하면 불황기 이후에 생존 가능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생존할 수 없다는 게 뻔하다면 국민들의 세금을 퍼붓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냐”고 따졌다. 또 “지원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자동차 노사관계가 아직 합리적이기 못하기 때문에 일반국민에게 자동차 산업 지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국민의 기대에 부흥하는 노사관계 정립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특히 자동차 지원방안에 부합하는 자구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지원을 재고할 수도 있다”고 강조하며 자동차 업계를 압박했다.
최근 자동차 업계가 내놓은 자구안이 미흡하다는 평가도 제기했다. 조석 지경부 성장동력실장은 “자동차 업계에서 자구책을 냈지만 그 정도 내용만 가지고 자동차 업체의 지원조건으로 삼기에는 어렵다”며 “좀 더 진전된 내용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 값을 업계 스스로 내려줄 것도 당부했다. 이 장관은 “정부가 개별소비세와 취득ㆍ등록세를 감면해주는 것과 함께 자동차 업체도 자발적인 가격인하가 단행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