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위원회가 제시한 내년도 예산편성 지침의 핵심은 「적자재정 관리」에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이후 경기가 급격히 위축, 세금은 덜 걷힌 반면 금융구조조정 등 나라 씀씀이는 커질수 밖에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나라 살림살림 형편을 한 눈에 알수 있는 통합재정수지는 지난해 21조원에 이어 올해도 20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나라빚을 관리하는 예산당국으로선 적자관리가 급선무가 아닐수 없다.
정부는 「2000년 예산편성지침」을 통해 재정 확대폭을 6%수준(91조원수준)으로 억제, 국내 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을 올해 5.1%에서 내년엔 4~5%로 낮춰 관리한다고 밝혔다.
증가율의 하향조정에도 불구하고 경상성장률이 올해 4%내외에서 8%내외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 통합재정수지는 1조원 가량 늘어난 2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정부가 발표한 중기재정계획에 따르면 이같은 재정적자는 내년을 정점으로 점차 줄어들어 2005년엔 균형재정, 2006년부터 나라빚 상환단계에 돌입하게 된다. 내년 예산편성 지침도 중기재정계획과 같은 맥락에서 출발하고 있다.
하루 빨리 적자재정을 탈출하기 위해선 적게 쓰고 많이 거둬들이면 된다.
그러나 세입은 세율을 조정하지 않는 한 실물경기에 연동될수 밖에 없고 1인당 담세액이 내년에 처음으로 200만원을 넘어서는 점 등 때문에 정부는 세출방면의 효율성 제고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예산당국의 갖은 노력이 소기의 성과로 나타날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당장 실업자 급증에 따른 제 1 차 추경예산 편성이 목표달성 전망을 어렵게 하는 좋은 사례다.
물론 2조6,570억원의 추경은 세금이나 국채발행 등을 통해 조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금리하락에 따른 예산절감액 외에 한국은행 결산잉여금 8,093억원은 이번 추경이 없었더라면 나라빚을 갚는데 쓸수 있었던 자금이다.
예상당국은 『이번 추경은 그나마 다른 항목에서 돌려쓸수 있었지만 올해중 2차 추경이 있다면 그 때는 국채발행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결국 제아무리 씀씀이를 줄이고 예상집행의 효율을 높인다하더라도 예산에 정치논리가 앞서게 되면 「적자재정 관리」는 힘들다는 말이다.
더욱이 내년엔 총선이 예정돼 있어 「예산증가율 6%」가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상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