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선호 약화 심리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외국인 자금이 9거래일 만에 국내 증시로 순유입됐다.
특히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삼성화재 등 삼성그룹 관련주를 집중 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증시 수급의 핵인 외국인 매수세가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13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에 힘입어 전날보다 17.99포인트(0.92%)오른 1,982.93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은 2,154억원치를 사들이며 4월28일 이후 9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기관은 1,250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3,489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지수 상승을 이끈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은 삼성그룹주였다.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위 종목 10개 가운데 4개가 삼성 계열사였다. 거래대금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353억7,4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중공업(168억7,200만원)은 4위, 삼성화재(124억3,400만원) 5위, 삼성물산(82억7,500만원) 10위 순이었다. 사실상 삼성전자를 사기 위해 코스피로 귀환한 것이다.
수급의 키를 쥐고 있는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그룹주를 사들이며 순매수로 돌아서자 코스피도 상승 탄력을 받았다.
이날 기준 삼성그룹주(우선주 포함)의 시가총액은 320조5,960만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27.1%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비중만 19.6%에 달한다. 종목 주가와 코스피의 상관관계를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삼성그룹주가 전날 대비 1% 오르면 코스피 지수는 0.27%, 5% 오르면 1.35% 오른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주가가 1% 오르면 코스피지수는 0.20% 상승한다. 삼성전자를 앞세운 삼성그룹주가 오르면 코스피도 덩달아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보였던 외국인이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건강 악화 문제로 촉발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이 회장의 입원 소식이 알려진 후 첫 거래일인 지난 12일 순매수로 전환했지만 9억1,000만원어치를 사들이는 데 그치며 관망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날에는 353억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수하며 강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전날 미국 증시에서 국채금리가 상승(채권가격 하락)하는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약화된 것도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다시 유입되는 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투자전략 본부장은 "미 국채 금리 상승에서 알 수 있듯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줄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외국인 자금이 다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