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인혁당 사건으로 남파간첩 누명 쓴 유족에게 28억 배상하라”

서울 중앙지법 민사31부(황적화 부장판사)는 27일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당시 남파간첩으로 지목된 전 동아대 교수 김상한 씨의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유족에게 28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간첩의 가족으로 몰려 45년이 넘도록 신분상의 불이익과 이에 따른 경제적 궁핍을 겪었다”며 “김상한을 남파간첩으로 발표한 것은 발표문을 수정하는 단계에서 다소 확대한 것이라는 당시 인혁당 사건 수사관 A씨의 증언 등을 살펴볼 때 국가가 허위발표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군이 2008년 유족들에게 김상한씨의 전사 확인서를 발급한 사실 등을 살펴볼 때 김씨가 북한에서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유족들의 권리 상속이 정당하다고 보았다. 김씨는 1962년 5월 육군첩보부대(HID)의 북파공작원으로 선발돼 같은 해 7월 북파되었으나 곧 연락이 두절되었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김씨가 북파공작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인혁당 사건의 조작과정에서 그를 북의 지령을 받은 간첩 김영춘(가명)으로 몰았다. 지난 2005년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진실위)’는 인혁당이 당(黨) 수준에 이르지 못한 서클 형태였던 만큼 국가변란을 기도한 반국가단체로 실재했다고 볼 수 없으며 북한의 지령과도 무관하다고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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