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파견된 긴급구호대 1진이 현지에서 환자를 보기 시작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에볼라 환자 채혈 도중 주삿바늘이 의사의 피부에 닿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나머지 국내 의료진의 안전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긴급구호대는 국내에서 안전 교육을 받고 현지에서도 적응 훈련을 마쳤지만 결과적으로 돌발 상황까지 막아내지는 못했다. 문제는 부족한 의료진과 열악한 현지 상황 등을 감안하면 이 같은 돌발 상황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바꿔 얘기하면 현지에 파견돼 활동하고 있는 나머지 의료진과 앞으로 파견 예정인 2~3진 긴급구호대도 이 같은 위험에 상시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2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채혈 프로세스는 한 사람이 환자를 고정하면 다른 사람이 하는 게 원칙인데 일반 병원도 갑자기 환자가 많다든지 하면 바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듯 돌발 상황이 발생한 것 아닌가 싶다"며 "환자를 보다 보면 환자가 경련을 일으킬 수도 있고 위협적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일단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이번 사고 역시 환자가 움직여 발생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100병상 규모 병원의 경우 연간 26.8건의 주사기 관련 사고가 일어난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현 시점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노출된 의사의 감염 여부를 알 수는 없지만 추후 결과에 따라 확산에 대한 우려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주삿바늘이 피부를 찌르지 않았고 살짝 스쳤다며 감염 가능성을 그렇게 높게 보고 있지 않으면서도 감염 가능성 자체를 없다고 보지는 않는 상황이다. 오영주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은 "(주삿바늘이 피부에 스친) 사례가 극히 적어 감염 가능성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위험 제로인데 왜 이렇게 호들갑이냐 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보호복이 없는 상태에서 맨피부가 노출된 것으로도 어느 정도 감염을 우려할 수 있으므로 격리 관찰자 프로토콜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 과정의 작은 실수도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세심한 주의와 매뉴얼 숙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신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의료진은 에볼라 발병 현장에서 치료를 해본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많은 환자를 돌보다 보니 과부하가 걸린 상태일 수 있다"며 "현장의 근무 환경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국장은 "채혈의 경우 2인1조의 '버디(buddy) 시스템'이 이상적인 것인데 환자가 몰리면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며 "차후 교육을 진행하면서 더욱 세밀하게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