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白壽.99세)를 사흘 앞두고 세상을 떠난 98세 할머니가 약속대로 시신을 대학에 기증, 국내 최고령 시신 기증이란 기록을 세웠다.
또 암으로 눈을 감은 남매가 암 연구에 써달라며 나란히 시신을 기증했다.
1897년 경기 강화군에서 태어난 고(故) 유정심 할머니는 지난 28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시신을 경희대 의대 해부학 교실에 기증했다. 1897년은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한 해.
유 할머니는 2000년 며느리ㆍ장손자와 함께 3대(代)가 동시에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사후 장기기증 등록을 마쳐 화제가 됐었다.
운동본부에 따르면 신장기증이나 골수기증 등 생체장기 기증의 경우 기증자 나이가 50대 이전이 대부분인 반면, 사후에 이뤄지는 시신기증은 고령의 노인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시신기증도 70대가 60% 이상으로 가장 많고, 80대 이상은 극히 드물다는게 운동본부의 설명이다.
지난 27일 간암으로 투병하다 숨진 김중영(46.거제시 장목면)씨의 시신도 장기기증운동본부 경남본부에 기증됐다.
김씨는 생전에 "죽으면 시신을 조국의 의학 발전을 위해 사용하기를 바란다"는뜻을 남겼고, 이에 따라 시신은 지난 28일 대구한의대학교 한의과대학에 해부 실습용으로 보내졌다.
이에 앞서 작년 8월 위암으로 숨진 김씨의 여동생인 김영란(당시 38세)씨도 암연구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뜻에 따라 시신이 같은 대학에 기증됐다.
이들 남매의 장기기증은 둘째 형인 김중한(51.거제시 장목면)씨가 장기기증에관한 라디오 방송을 들은 뒤 함께 장기기증을 서약함으로써 이뤄졌다.
남매는 장기기증 등록을 한 뒤 죽기 전에도 "세상을 떠나면 꼭 시신기증을 해서좋은 일에 쓰였으면 좋겠다"는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했다고 한다.
이들이 신도로 있었던 거제시 장목면 송진포교회 천창수 목사는 "남매의 아름다운 뜻을 좇아 유족들도 사후 자신의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