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FRB의 재할인율 인하

[세계의 사설] FRB의 재할인율 인하 월스트리트저널 8월 20일자 중앙은행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문제가 생겼을 때 좋은 무기를 사용해 문제의 목표물에 적중시키는 것이다. 이번 금융시장 위기에 대한 지난 1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할인율 인하가 중앙은행의 이러한 역할을 되새겨주는 효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하지만 이어진 증시의 반등에도 금융시장의 패닉은 가시지 않고 있다. 그래도 이번 대안을 택한 벤 버냉키 FRB 의장에게 박수를 보낸다. 재할인율 인하는 FRB로선 하기 드문 일이다. 물론 이것이 구제책은 아니다. 그는 단지 은행들의 은행인 FRB 총괄자로서 적절한 일을 했을 뿐이다. 기존 6.25%의 재할인율을 5.75%로 낮춘 것은 FRB가 은행에 요구할 ‘페널티 이자율’을 그만큼 줄이겠단 의미다. FRB의 의도는 금융기관이 중앙은행으로부터 대출을 할 때 시장 유동성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모기지 부실로 인한 자금난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통상 FRB가 직접 나서는 것은 금융시장의 취약성을 의미하지만 이번 신용경색의 타격이 경제 전반으로 퍼지진 않을 거라 확신한 듯하다. 문제는 하이일드 채권시장 등에서의 유동성 부족이다. FRB의 판단이 맞다면 재할인율 인하는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FRB의 대안이 실패할 경우다. 그렇다면 FRB의 신용도에도 치명적이다. 월가는 FRB가 금리인하 등 추가 조치에 나서길 바라고 있다. 이들은 경제가 달러로 넘쳐 버블을 조장하려 한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강조해온 ‘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다. FRB는 결국 재할인율로 금융계를 한번 밀어줌으로써 ‘이지 머니(easy money)’에 눈먼 투자자들의 갈증을 부추겼다. 재할인율 인하는 금융시장의 위기를 조정하는 궁극적인 방법은 아니다. 이것으로 주택시장이 살아나진 않는다. 서브프라임 자산은 이미 엄청나게 폭락했다. 누군가 이 손실을 흡수해야 한다. 헤지펀드 등의 책임 규명이 필요한 이유다. FRB와 재무부가 진정 해야할 일은 자금투입으로 시장 유동성을 불리는 게 아니다. 구체적인 문제를 파악해 필요하다면 합병ㆍ파산을 단행해야 한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번 금융시장 패닉이 있기 전까지 글로벌 경제는 약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주 증시 반등이 경제에 대한 이 같은 믿음을 재확인 시켜준 계기였음을 보여주자. 입력시간 : 2007/08/2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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