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18일 전국 각지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호남에서는 물론 취약지였던 영남에서도 안타까움이 컸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일하는 박수만(60)씨는 “우리 정치사에 큰 획을 그었고 민주화에 헌신했던 분이 갑자기 서거해 무척 울적하다”고 슬퍼했다.
울산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최성길(47)씨는 “여러 차례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지면서도 매번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 결국 대통령이 된 분”이라며 “이런 강한 의지는 국가 원수로서 큰 귀감”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지난 20여년간 ‘영원한 DJ맨’의 길을 걸어온 정오규(48) 전 통합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도 “김 전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빛을 밝혔다”며 “정치적 아버지와 같은 분이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행정대학장은 “김 전 대통령은 지역 발전을 위해 밀라노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대구ㆍ경북 지역에 끊임없이 애정을 표현했다”며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지역 간 편견이 없어지고 국민이 진정으로 손잡는 나라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희망했다.
민주화와 남북대화 등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업적을 평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광호(56) 부산 민주공원 관장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6.15공동선언’을 이끌어냄으로써 남북의 화해와 협력, 한반도 평화 조성에 큰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호남의 슬픔은 남달랐다. 특히 김 전 대통령과 고난을 함께한 광주는 일반 시민은 물론 학계, 시민단체, 경제계 등 할 것 없이 크나큰 상실감에 빠졌다.
윤광장(67)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여야 대립과 경제위기ㆍ노사갈등 등 국내 정국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가르쳐줘야 할 큰 어른이 돌아가셔서 가슴이 미어진다”며 “통일의 물꼬도 트신 분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영수(57) 목포상고(현 전남제일고) 총동문회장은 “지역은 물론 나라의 큰 별이 쓰러졌다”며 “국부(國父)를 잃은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비통해 했다.
특히 시민사회단체는 김 전 대통령이 병세가 악화되기 전 올 10월께 광주 초청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장화동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광주전남본부 집행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특별한 역할을 한 만큼 그분이 타계한 것은 민족에도 불행”이라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4선언 2주년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의 광주강연회나 특강을 계획했다”고 아쉬워했다.
광주의 대표적 재야 원로인 조비오 신부는 “더 오래 생존하셔서 어지러운 세상에는 조언을, 잘못된 일에는 채찍을 가해주시기를 바랐는데 이렇게 가셔서 한없는 슬픔이 밀려든다”며 “천국에서도 나라를 위해 힘써주시기를 기원한다”고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