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경기 둔화로 디플레이션의 전조가 각국에 퍼지고 있다. 대표적인 디플레이션 경험 국가인 홍콩과 일본의 경우를 돌아보면 디플레이션이 향후 세계 경제의 악재가 될 여지가 크다.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일본 경제의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디플레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중심으로 경제 거품이 꺼지고 국민은 부채 부담에 시달리면서 디플레이션이 시작됐다.
디플레이션 여파로 내수가 가라앉고 기업 매출이 줄자 정규직 일자리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1992년만 하더라도 일본 청년의 80%가 정규직이었지만 2006년을 기점으로는 절반이 비정규·임시직으로 일하고 있다. 비정규직 가운데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연간 2%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일본 젊은이들은 정규직 대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프리터’의 길을 택했다.
기업이 디플레이션 심리에 잠겨 투자를 꺼리면서 정부가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통화 완화 정책을 펼쳐도 경기는 쉽사리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엔화 약세 정책을 동원해 경기 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완전한 디플레이션 탈피는 아직 요원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홍콩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홍콩에서도 약 8년에 걸쳐 디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아시아 주변 국가들은 환율 약세를 이어갔지만 홍콩은 환율을 미국 달러화에 고정한 페그제를 운용하면서 경기에 적신호가 켜졌다.
여기에 홍콩과 중국이 경제일원화를 하면서 값싼 제품과 노동력이 쏟아져 들어온 것이 디플레이션 압력을 키웠다고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설명했다.
지난 2003년에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로 인해 당시 대형 쇼핑몰에는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세계보건기구(WHO)가 홍콩을 여행자제권고 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여행객도 급감했다.
디플레이션 기간에 부동산 가격도 폭락했다. 1980년 1분기 부동산 가격을 100으로 가정해 분기별 홍콩부동산가격지수를 분석한 결과 1997년 3분기 197.8을 기록했던 부동산 가격은 2003년 3분기 69.2로 6년만에 65% 감소했다. 중국 경기불안으로 지난해에는 소매 판매액이 전년보다 0.3% 줄어든 4,933억 홍콩달러를 기록했다. 디플레이션이 심화했던 2003년 이래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 시민들은 또다시 디플레이션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막 수이킹 홍콩소매협회장은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소비 판매 감소와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두고 ‘악몽’이라고 표현하며 우려를 나타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