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작품마다 ‘사랑’ 이야기를 해왔어요. 그게 형제간의 사랑(태극기 휘날리며)이든, 모자간의 사랑(마더)이든 말이죠. 사람 냄새가 많이 나고 인간적인 얘기를 하는 영화에서 그나마 편하게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인간적인 이야기를 선택해왔다는 원빈의 작품 선택 기준을 바탕으로 생각하면 오는 4일 개봉하는 영화 ‘아저씨’는 더욱 지독한 작품이다. ‘이것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인가?’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을 정도로 잔인한 설정과 장면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2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원빈은 이어지는 인터뷰 일정에 다소 지친 모습이었다. 원래 말수가 없다는 소문대로 대부분의 인터뷰는 예상보다 빨리 끝나서 일정이 앞당겨진 상태였다.
이번 영화 속에서 원빈의 ‘사랑’의 대상은 옆집 소녀 소미(김새론)다. 세상에 상처를 받고 숨어 지내던 전직 특수요원이 마약 밀매단에 납치된 소녀를 구하려 세상 밖으로 나온다는 내용이다. “영화가 단지 남자들이 펼치는 액션 영화였으면 아마 하지 않았을 거에요. 그 속에서 소미라는 아이와의 따뜻한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작품을 선택한 거죠”
아이와 교감을 나누는 아저씨 역이지만 영화는 사실상 전적으로 원빈의 이야기다. 아이는 과거 그의 상처를 돌아보는 매개체이자 관객의 감정을 격하게 만들 잔혹한 설정의 뒷받침으로 쓰인다.
원빈 역시 영화 속 주인공 태식에 대해 “소녀를 구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겠지만 자신의 과거를 구하고 싶었던 게 더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번 다시 그런 아픔을 겪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에 더 치열하게 싸운 것”이라는 것이다.
‘꽃미남’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배우들이 넘쳐나는 요즘 ‘꽃미남’이라는 이미지를 오히려 떨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던 원빈은 이번엔 ‘아저씨’라는 이름을 앞세우고 돌아왔지만 그의 의도와 다르게 그는 또 다시 영화에서 잠재울 수 없는 미모를 뽐낸다. 아이들이 마약제조를 하고 장기적출을 당하는 등 잔인한 설정이 가득한 영화를 판타지로 만들어 버릴 정도다.
그는 그의 외모가 잔인한 이야기를 덮어버린다는 의견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다면 다행이다.”며 “무조건 잔인하기만 한 거라면 다큐멘터리가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좀 더 멋진 액션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동남아 무술 필리피노 칼리, 브루나이 실라트, 아르니스 등을 혼합해 사용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영화 속에선 아이를 위해 소시지를 굽고 MP3 플레이어를 빌려주는 아저씨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엄한 편이라고 말한다. 원빈은 “조카들이 많은데 ‘무서운 삼촌’으로 통한다. 형ㆍ누나들이 엄격하지 않아서 제가 군기반장 역을 맡기 때문”라고 말하면서도 “아직은 ‘아저씨’라는 말이 낯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