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군사조직 고위 지도자가 가자지구 교전의 도화선이 된 이스라엘 청소년 납치·살해 사건이 하마스의 소행임을 인정했다고 영국 언론 가디언 등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내용에 따르면 하마스의 군사조직 ‘에제딘 알카삼 여단’(이하 알카삼 여단)의 창립멤버인 살레흐 알아루리는 지난 6월 이스라엘 10대 3명이 납치·살해된 사건에 대해 “그 일은 알카삼 여단의 작전”이라고 말했다.
현재 터키에 망명 중인 그는 앞서 20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이슬람교 학자모임 ‘국제무슬림학자협회’(IUMS) 회의에서 “(팔레스타인) 민족의 의지가 알카삼 여단이 헤브론 정착민 3명을 감금한 영웅적인 작전으로 이어졌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알카삼 여단이 당초 납치한 청소년들을 이스라엘에서 투옥된 팔레스타인 재소자들과 교환하려고 했으며, 사건이 지금과 같은 교전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하마스 관계자가 이스라엘 10대 납치·살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크 레게브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하마스가 아무 거리낌 없이 무고한 민간인들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6월 중순 서안지구에서 실종된 이스라엘 10대 청소년 3명이 20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되자 이를 하마스 소행으로 규정하고 팔레스타인에 보복공습을 가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후 두달째 가자지구에서 교전을 계속해 2,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희생자의 대다수는 팔레스타인측 민간인들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소년들의 납치·살해가 줄곧 하마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하마스는 이를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았다.
가디언은 하마스 대변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 알아루리의 주장을 다른 하마스 관계자들도 인정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알아루리는 1990년대 초 서안지구에서 알카삼 여단이 창립될 당시부터 활약한 핵심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