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의 에르메스 '델보' 신흥 명품족 '잇백' 급부상

로고 없고 유행 타지 않는 세련된 디자인
희소성 있는 명품 찾는 노노스족에 인기
'나홀로 호황' 누리며 매출 전년比 3배↑
현대百·갤러리아 입점 매장 확대 나서


최근 주춤했던 명품백 시장에 '벨기에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럭셔리 백 '델보'가 신흥 '청담백'으로 떠오르며 새로운 '잇백'의 대열에 합류했다.

무겁고 클래식해 자칫 올드해 보일 수 있는 에르메스보다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으면서도 적당히 클래식하면서 젊은 느낌을 주는 델보는 '고급과 엣지'를 한꺼번에 추구하는 젊은 명품족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로고가 없으면서도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대중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잇백 신예주자의 계보를 쓰기 시작한 것.

델보는 180년 전통의 벨기에 핸드메이드 럭셔리 백 브랜드로 주요 제품 가격대는 600만~800만원이며 최고가는 3,000만원대로 그야말로 '명품'이다. 루이비통이나 구찌처럼 로고가 없지만 빈티지한 멋과 세련미가 동시에 표현되는 가방 중앙의 버클이 핵심으로, 알아보는 사람만 아는 백으로 통한다. 매끈하고 윤기나는 가죽 질감, 사다리꼴 모양의 형태는 클래식 명품의 품격을 갖추면서도 젊은 감각이 특징이다. 보통 럭셔리 브랜드의 경우 일부 모델만 베스트셀러지만 델보는 대표 제품인 '브리앙(사진)'을 비롯해 '탕페트', '마담' 등 대부분의 모델이 두루 인기가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22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델보는 경기 불황으로 명품백 인기가 주춤한 가운데 매장 한 곳에서만 매달 5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등 '나홀로 호황'을 누리며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같은 기세를 몰아 델보는 오는 23일 현대백화점 무역점에도 입점한다. 트렌드에 민감한 청담동과 압구정을 중심으로 부상중인 델보는 지난 3월 갤러리아 명품관에 팝업스토어로 입점했고, 갤러리아 측은 예상 밖의 호황으로 매장 확대를 검토 중이다.

델보의 인기는 최근 바뀐 명품백 소비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과거 1세대 명품백 시장을 이끌었던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처럼 대중화된 럭셔리 브랜드가 아닌 희소성 있는 브랜드를 찾는 신흥 명품족인 '노노스족(노 로고, 노 브랜드)'이 뉴 명품백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델보는 식상한 럭셔리 백 시장에서 신선한 디자인과 브랜드로 이목을 사로잡아 노노스족의 러브콜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특정 모델을 구입하기 위해 1년씩 기다려야 하는 에르메스 켈리백 대신 에르메스의 클래식함과 핸드메이드의 고품질, 180년 된 헤리티지 등을 두루 지닌 델보로 에르메스 고객이 조금씩 이동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영아 애술린코리아 대표는 "에르메스를 드는 40~50대 여성들도 델보를 착장하면 젊어 보이기 때문에 선호하는 추세"라며 "핸드백만 판매하는 럭셔리 브랜드로 델보가 유일하고 희소하다는 이미지가 짙어 인기는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델보는 매 시즌 컬러 제품의 경우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봄여름 시즌에 나온 옐로우 컬러의 '미모사 서울 에디션'은 나오자마자 모두 팔렸다. 1,000만원대의 스페셜 에디션의 경우 예약하고 6개월 정도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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