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과 한국기업에 대한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는 조짐이 뚜렷, 국내 증시기반 강화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16일 국민, 주택, 신한, 하나, 한미 등 5개 인수은행의 신용등급을 현행대로 유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재경부에 따르면 내년초에는 영국의 피치-IBCA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한단계 상향 조정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S&P와 무디스도 우리정부의 금융·기업 구조조정노력을 높이 평가, 내년 1월부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모두 현실화될 경우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시장 접근금지」주의보가 사실상 완전히 해제되는 결과를 초래, 국제투자자금의 급속한 환류를 기대하는 시각도 고개를 들고 있다.
재정경제부의 김용덕(金容德) 국제금융심의관은 『지난 11월 방한했던 무디스 관계자들은 5개 인수은행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고 『12월 이후 국내에서 진행된 금융·기업구조조정과정에서 우리정부가 보여준 노력을 상당히 높이 평가, 5개 인수은행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방침을 바꾸어 종전등급을 유지한다고 발표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해외신용평가기관의 평가가 증시에 미치는 결정적인 영향력은 이미 검증된 바 있다.
지난 4일 무디스는 한국의 원화표시 국채를 신용평가대상으로 새로 편입하면서 외화채권보다 3등급 위인 BAA1(안정적 투자적격)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같은 무디스 발표가 최근 2주간의 한국증시 폭발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국내외 투자기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부실 덩어리인 한국계 은행에 대해 예고된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피하고 현등급유지를 택한 이번 조치도 이런 맥락에서 볼때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우증권투자자문의 진수형(陳壽亨)부장은 『무디스의 이번 5개 은행 신용등급 하향조정 취소는 무디스가 한국의 금융부문뿐 아니라 한국경제의 전반적인 구조조정노력을 안정적,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될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5개 은행의 신용등급이 아직도 투자 부적격(BA1 또는 BA2)에 머물고 있지만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는 것이 거의 확실했던 발표 이전 상황과 비교하면 상당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내년초부터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에 대한 기대도 있다.
재경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방한해 조사활동을 벌인 피치-IBCA가 우리나라의 경제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다 금융·기업구조조정 노력도 높이 평가하고 있어 내년 1월중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한등급 상향조정할 것이 확실시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P도 내년 1·4분기중 신용등급을 재조정 할 계획이며 무디스는 내년 4월중 신용등급을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우리측에 알려왔다』고 덧붙였다.
대한투자신탁의 장만호 주식투자부장은『한국의 신용등급상향 전망은 최근 무디스의 원화국채신용등급 상향 조정으로 이미 예견되고 있는 것』이라며『국내외 금리가 하락추세에 있고 선진시장이 불안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자본이 대안시장중 하나로 한국을 꼽고있다』고 말했다.
국민투자신탁의 최대문(崔大文) 주식운용팀장도『최근의 급격한 상승에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이미 한국시장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아섰으며 한국의 신용도 상향은 외국인 투자의 자극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중론도 없지않다.
엥도수에즈 더블유아이카 증권의 이옥성(李玉成) 지점장은『국제기관의 한국신용등급 상향조정 전망은 아직 가능성에 머물뿐 현실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커다란 호재는 될 수 없다』며 『외국인들은 한국경제의 기업구조조정 작업을 좀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라고 조심스런 견해를 밝혔다.
이남우(李南雨) 삼성증권이사도 『외국인들은 오히려 늘고 있는 5대 그룹 부채를 주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연초에 국가 신용등급이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배창모(裵昶模) 증권업협회장은 『모든 국내외 경제전망기관의 한국경제 전망이 비교적 밝은데다, 저금리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최근 활황 증시는 이유있는 상승이며 여기에 국제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 상향움직임이 겹쳐 연말·연초 증시에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원하·이병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