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3의 11번홀.36홀의 결승매치플레이를 마치고도 승부가 나지 않아 벌써 2번째 연장홀이다.
샷 하나에 50만달러(약 6억원)가 오가는 상황, 제프 매거트가 러프에서 세컨 샷을 준비중이다. 홀까지는 약 6㎙, 그린의 라이를 꼼꼼이 살피던 매거트가 숨을 고른뒤 칩 샷을 시도한다. 주위를 둘러싼 갤러리들이 모두 꼼작하지도 않은 가운데 그린에 떨어진 볼이 홀을 향해 구른다. 홀 뒤쪽으로 살짝 돌아비켜가는 듯한 볼이 순간 사라졌다. 매거트는 공중으로 뛰어올랐고 하늘을 향해 주먹을 두번 휘두르며 환호했다.
세계랭킹 24위의 제프 매거트(35)는 이렇게 그림같은 칩 샷으로 99 앤더슨컨설팅 매치플레이골프선수권대회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1일 오전(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의 라코스타골프장(파 72)에서 매거트는 피를 말리는 닷새간의 혈전을 칩샷으로 마감하며 매치플레이의 최강자임을 과시했다.
칩 샷 하나의 가치는 50만달러(약 6억원), 매거트는 준우승자 앤드류 매기(36)의 상금 50만달러에 또 50만달러를 보태 100만달러를 챙겼다.
프로생활 8년째인 매거트는 이로써 한해 평균 상금합계보다 많은 돈을 단 한번에 벌어들였고 단번에 데이비드 듀발을 제치고 상금랭킹 1위에 올라섰다. 또 앞으로 3년동안 PGA투어 예선자동통과혜택을 받으면서 매치플레이 전적 7승1패를 기록했다.
○…매거트는 사실 초반 내내 고전했다. 첫 18홀을 마쳤을 때만 하더라도 매기가 2홀차로 비교적 여유있게 리드했다. 내리 3홀을 뒤지다가 4번홀에서 처음 기세를 잡았지만 다시 매기의 공격적인 플레이에 밀렸고 결국 2홀 뒤진채 18홀을 마쳤다.
13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다시 올 스퀘어(동점)를 이룬 매거트는 기선을 잡으려고 애썼지만 매기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특히 라 코스타 코스의 「멀고 먼 길」로 알려진 막판 3개홀에서 매거트와 매기는 우열을 가리지 못한 시소게임을 벌였다.
16번홀(34번째홀)에서 매기는 5.5㎙의 버디기회를 잡았지만 볼이 홀을 지나쳐 2㎙나 흘러 순식간에 패색이 짙었다. 결국 파 세이브로 동률 유지. 17번홀(35번째 홀)에서도 매기가 유리했다. 매거트가 7㎙, 매기는 4.5㎙버디기회를 맞았기 때문. 하지만 비슷한 라이로 볼을 굴린 두 사람 모두 버디를 잡지 못했다.
마지막 36번째홀은 매거트의 기회였다. 그러나 3.5㎙의 버디퍼팅은 홀 에지에서 딱 멈춰버렸고 결국 연장전에 돌입했다.
○…매거트와 매기에 앞서 3, 4위전에 나선 존 휴스턴과 스티브 페이트는 18홀 매치플레이를 치렀으며 휴스턴이 4홀 남기고 5홀차로 앞서 승패를 결정지었다.
휴스턴은 40만달러의 3위 상금을, 페이트는 30만달러의 4위 상금을 챙겼다.【김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