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학물질 등록ㆍ평가 과잉규제법 고쳐라

신규 화학물질 등 제조ㆍ수입자에게 유해성 정보 등을 첨부해 환경부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한 화학물질등록ㆍ평가법(이하 화평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과잉규제로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R&D)과 신제품 출시가 늦어지고 유해성 심사 비용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법은 올해 각종 화학사고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사망사고 등이 잇따르자 국회가 정부안보다 규제 수위를 높여 지난 4월 통과시켰다. 국회의 요구로 예외 없는 등록이 기본원칙이 됐다. 오는 2015년부터 국내 시장에 새로 유입되는 모든 신규 화학물질과 연간 1톤 이상 제조ㆍ수입되는 기존 화학물질에 대해 유해성ㆍ위해성 정보 등에 관한 자료를 첨부해 등록해야 한다. 내년까지 개별업체 기준으로 연간 제조ㆍ수입량이 0.1톤 이하이거나 연구개발에 쓰는 신규 화학물질은 유해성 심사를 면제 받는 것과 비교하면 업계의 부담과 번거로움이 작지 않다. 지난해 수입량이 연간 0.1톤 이하여서 등록을 면제 받은 경우만 3만5,000여건에 이른다. 등록시 필요한 제출자료 준비에 8~11개월이 걸리고 비용도 지금의 2.3배(물질당 5,700만~1억1,200만원)가 든다고 한다.

업계와 경제단체들은 화평법의 모델이 된 유럽연합(EU)에서도 연간 1톤 이하의 신규 화학물질 제조ㆍ수입자에게는 유해성 정보 등록을 의무화하지 않는데 '원조'보다 강한 제도를 시행하려는 것은 과잉규제라고 아우성이다. 반면 환경부는 시행령에서 정하는 화학물질에 대해 일부 등록자료 제출을 면제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을 활용해 업계의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경우 연간 1톤 미만 신규 화학물질에 대해 일부 시험자료만 제출하도록 간이신고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와 비슷하거나 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산업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한계가 많다. 법을 고쳐 EU처럼 소량의 신규물질에 대해서는 등록면제 조항을 못박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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