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災관리 허술… 경영부담 눈덩이

입원일수 평균 77일 建保의 8.7배
휴업급여 지급기한 없어 "재정낭비"
"심사 독립기구화등 시스템 개편을"

국내 굴지의 선박제조 업체인 A중공업은 지난 7월 말 현재 전체 직영 생산직 근로자의 10%가 산업재해 환자다. 현재 요양 중인 환자만 447명에 달하며 이들의 평균 요양기간은 540일이나 된다. 이 회사가 산업재해로 인해 지급하는 산재보험료 역시 지난 2001년 106억원에서 올해에는 292억원으로 무려 3배 가까이나 늘었다. 또 다른 대기업인 B자동차도 생산직 근로자 중 현재 요양 중인 환자가 424명(평균 요양기간 175일)에 달하고 있으며 올해 이로 인해 지급하는 산재보험료가 182억원이나 된다. 작년(122억원)에 비해 50%나 늘어난 규모다. 기업들이 허술한 산재보험 관리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노동계의 집단공세 등으로 직업병 판정이 남발되면서 이처럼 경영부담이 커지고 있다. 매년 산재환자가 급증하고 이들의 요양기간도 갈수록 길어지면서 노동력에 큰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은 물론 노동강도 완화를 주장하는 노조와의 갈등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재계는 이에 따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중심으로 산업재해 추가보상금의 합리적 조정과 산재인정 기준의 합리적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산재로 인한 기업들의 부담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은 개관적인 업무관련성 평가시스템의 부재와 온정주의에 입각한 산재심사, 사업주의 추가 보상금 지급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현행 산재보험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재보험 요양기간 지나치게 길다= 재계는 현행 산재보험 요양관리와 재해인정 기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우선 산재보험의 요양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점을 꼽고 있다. 지난 99년 기준으로 종합병원 산재보험 환자의 평균 재원일수는 77.3일(노동연구원 조사)로 자동차 보험의 2배, 국민건강보험에 비해서는 무려 8.7배에 달했다. 기업들은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이 요양연기나 종결 등을 최종 결정할 책임이 있는 근로복지공단이 전문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주치의의 서면의견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산재환자를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현장방문 등 환자의 상태를 적절하게 파악할 만한 장치가 없다는 것. 재계는 또 공단측의 현행 지침에 의하면 근로자가 공단의 사전 승인 없이도 의료기관을 이전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고 있어 재해근로자가 장기요양이나 통원이 아닌 입원을 목적으로 병원을 고의적으로 이전하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의료기관 역시 수익성을 위해 이를 용인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재계는 이에 따라 산재진료비 심사를 전담하는 독립기구를 만들어 요양기관에 대한 실사를 엄격하게 진행하는 한편 보다 구체화되고 세부적인 표준 요양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재해근로자가 병원을 옮기려면 반드시 공단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사업주가 이 같은 과정을 의료기관으로부터 보고 받을 수 있도록 관련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휴업급여 지출도 너무 많아= 우리나라의 현행 산재보험법 규정은 휴업급여의 지급기한이 없고 국민연금 등 다른 사회보험과 중복급여가 발생할 경우에도 조정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산재 근로자들이 현장으로 복귀하는 기간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지는 것은 물론 산재보험 재정에도 누수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 특수한 사정이 없는 한 휴업급여 지급기한이 1년 6개월로 제한돼 있으며 휴업급여와 국민연금상의 중복급여가 일어날 경우 급여를 조정하거나 단일 사회보험 급여만을 지급한다. 기업들은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휴업급여의 지급을 일정기간으로 제한하고 산재환자가 국민연금도 함께 수령할 경우 휴업급여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근무 중 치료’의 요양방법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것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현행 근로복지공단의 요양결정 사항은 ▦통원 ▦입원 ▦재가요양만을 규정해 놓고 있을 뿐 ‘근무 중 치료’의 치료방법은 빠져 있다. 공단측은 이에 대해 ‘통원’의 범주 속에 근무 중 치료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주치의 소견에 따라 현행 제도에서도 근무 중 치료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 근무 중 치료를 결정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통원’을 결정 받은 근로자들 대부분이 근로에 참여하지 않은 채 휴업급여를 지급 받고 있다는 것. 경총 관계자는 “질환이 완쾌되는 과정에서 ‘근무 중 치료’는 지극히 상식적인 의료소견 임에도 불구하고 공단이 이를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음으로써 요양의 장기화 및 휴업급여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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