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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사퇴 의사를 밝힌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WB) 총재 후임을 두고 벌써부터 미국과 신흥국들이 충돌하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졸릭 총재가 퇴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후 차기 총재는 미국이 결정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성명을 통해 "수주일 안으로 세계은행을 이끌어갈 경륜 있는 최적의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68년 전 세계은행이 설립됐을 당시부터 비공식 협정에 따라 미국이 총재를 선임해온 관례에 따라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을 역임했던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가장 유력한 가운데 도전 의사가 없음을 밝힌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여전히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미국이 지난해 세계은행에 추가기금을 지원하기로 한 결정을 상기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은 최대주주로서 세계은행에서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발휘해왔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미국의 발언에 대해 브라질 등 신흥국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기두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졸릭 총재 사퇴 결정은 신흥국의 세계은행 총재직 도전에 자극제가 될 것"이라며 "그동안 세계은행 총재직은 미국인이 독식했지만 세계 경제의 현실이 달라진 만큼 총재직을 특정 국가 출신이 맡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새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선출할 때도 결국 프랑스 재무장관이었던 크리스틴 라가르드가 총재직에 올랐지만 그 과정에서 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유럽=IMF 총재' 구도는 깨져야 한다며 유럽 중심의 선출 방식에 이의를 제기했다.
따라서 브라질을 비롯한 중국과 러시아 등 신흥국들이 총재 인선 과정에서 힘을 모아 공동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단 미국이 현실적으로 세계은행 후임 총재직에 한발 더 가까운 것은 사실"이라며 "힐러리 국무장관이 총재직에 뜻이 없다고 밝혔지만 그가 나선다면 선출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전했다. 이어 통신은 "지난해 세계은행은 개방적이고도 능력에 기초한 총재를 뽑겠다고 총재 인선 가이드라인을 채택한 만큼 신흥국의 총재 배출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