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에 걸려 소송을 낸 원고들 중 한명이 이미 사망했는데, 앞으로 재판이 끝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다른 원고들의 증언을 빨리 들읍시다.』(원고측 변호사)『재판절차상 통상 원고의 증언은 마지막 결심공판 전에 하는 것이지만 흡연으로 인한 폐암이나 후두암 환자의 생명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노릇이니 일단 증언을 확보해 두는게 낳을 것 같으니 그렇게 합시다.』(재판부)
한국담배인삼공사를 상대로 흡연피해소송을 낸 원고측 변호인단과 재판부가 원고 중 한 명이 갑자기 사망하자 후두암 등에 걸린 원고가 말을 하지 못하는 일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재판사상 이례적으로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원고측 소송대리를 맡고 있는 배금자(裵今子) 변호사는 최근 흡연피해소송을 낸 원고들 가운데 한명이 사망하자 조모씨 등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의 증언을 미리 듣자고 재판부에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서울지법 민사합의12부(재판장 정장오ㆍ鄭長吾부장판사)는 21일 30년 이상 담배를 피워오다 폐암 등에 걸렸다며 김모(57·농업)씨 등 피해자 6명과 가족 등 31명이 담배인삼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2차 재판에서 원고측 신청을 받아들여 다음달 26일 3차 재판에서 흡연피해자 중 1명에 대해 본인 신문을 벌인다.
소송을 낸 원고들에 대해 이뤄지는 본인 신문은 우리나라 재판 관례상 다른 증거와 증인들에 대한 신문이 이뤄진 뒤 맨 마지막에 이뤄지지만 이번 재판에서는 원고들 중 이기홍씨가 지난달 31일 폐암으로 숨지는 등 원고들이 모두 폐암과 후두암에 걸린 환자들이어서 증언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앞당겨지게 됐다.
김정곤기자MCKIDS@SED.CO.KR
입력시간 2000/04/21 1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