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채산제·주주중시경영 확산등 영향 13대그룹중 동부·영풍만 작년보다 늘어 대여금은 증가 "직접지원 전환" 분석도
입력 2004.07.04 17:03:45수정
2004.07.04 17:03:45
삼성 등 주요 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무엇보다 주주중시경영 확산, 독립채산제 강화 등으로 그룹의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됐기 때문이다. 이는 주요 전략사업을 두고 계열사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거나 주요 거래선을 외부로 바꾸는 등 그룹 차원의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어지면서 계열사들이 자체 생존을 위해 독자경영을 강화한 결과라 할 수 있다.
13개 그룹 중 동부와 영풍만 내부거래비중이 전년보다 증가했을 뿐 나머지 그룹 대부분의 내부매출 비중이 줄어든 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대여금 규모가 늘어나는 등 직접적인 지원은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주요 그룹들의 ‘내 식구 감싸기’가 사라졌다고는 단언하기 어렵다.
◇미래사업 두고 계열사간 집안싸움도=내부거래 비중이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은 그룹마다 계열사ㆍ사업부간 독립채산제를 강화하면서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사업부 이익평가 기준을 ‘영업이익’으로 바꾸면서 무조건 계열사로부터 원료나 반제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사라졌다. 삼성의 한 관계자가 “사업부별 경쟁이 더 심화되면서 ‘내 식구가 더 무섭다’는 얘기도 많다”고 말한 데서 주요 그룹 내 영업활동에서 변화된 풍토를 감지할 수 있다.
이처럼 계열사나 사업부 내에서 철저한 독립채산제를 도입함에 따라 그룹 내부에서 미래사업을 두고 ‘집안싸움’도 가열되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삼성SDI간의 시장쟁탈전, 카메라모듈을 놓고 벌이는 삼성전기ㆍ삼성테크윈ㆍ삼성전자의 신경전이 좋은 예다.
LG도 휴대폰용 인쇄회로기판(PCB) 등 핵심 사업물량을 발주할 때 외부업체를 입찰대상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늘고 있고 롯데 역시 부당내부거래 방지를 위해 전사적자원관리(ERP)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5대 그룹 내부매출ㆍ자금지원 모두 감소=주요 그룹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13개 그룹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결합재무제표상 내부거래 비중 현황에서도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상위 5개 그룹 가운데 삼성ㆍLGㆍ한진ㆍ롯데 등 4개 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이 줄어들었다.
삼성은 지난 2002년 42.8%였던 내부거래 비중이 지난해에는 38.7%로 4.1%포인트 감소했고 LG는 39.5%에서 38,8%로 0.7%포인트 줄어들었다. 또 한진도 9.6%에서 7.0%로, 롯데 역시 12.8%에서 12.1%로 각각 2.6%포인트와 0.7%포인트 떨어졌다. 5대 그룹 중 동부만 유일하게 증가했지만 증가폭은 1.3%포인트에 불과하다. 특히 현대의 경우 2002년 1조2,584억원에 달했던 내부매출액이 지난해에는 1,029억원에 그쳐 감소폭이 90%를 훨씬 웃돌기도 했다.
지급보증 규모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02년 4조3,000억원과 35억8,000만달러에 달했던 삼성의 계열사간 국내외 채무보증 규모는 지난해에 3조8,000억원과 31억2,000만달러 수준으로 10% 이상 감소했다. 롯데 역시 채무보증액이 34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줄었고 동부도 1,461억원에서 1,237억원으로 200억원 이상 떨어졌다.
◇대여금 규모는 증가… 비판도=계열사간의 직접적인 자금거래인 대여금 규모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은 계열사간 대여금(자금대차) 규모가 2002년 1조8,2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2조4,900억원선으로 6,000억원 이상 증가했고 한진 역시 약 1,900억원에서 2,100억원으로 200억원 이상 늘었다. 특히 동부는 800억원대에서 1,800억원대로 2배가 훨씬 넘는 증가세를 보여 그룹의 계열사 지원이 간접지원에서 직접지원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의 책임ㆍ주주경영이 강화되면서 계열사에 대한 지원이 어려워진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호출자ㆍ자금지원 등 핵심적인 문제를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규기자 skong@sed.co.kr
이진우기자 ra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