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회장 사퇴] "대우 워크아웃때 사퇴 결심"

그 스스로도 사퇴의 이유를 밝히는 글에서 『회장직 사임결심은 지난 8월26일 대우에 대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시행된 때부터 마음속에 굳어있었다』고 밝혔을 정도다.재계서열 2위의 대우그룹을 이끌다 좌초한 金회장으로선 실패한 경영인으로서 재계의 수장(首長)자리를 지키기 어렵다는 사회적 압력을 더 이상 거스르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한 셈이다. 이제 전경련 회장이란 보호막이 사라진 뒤 金회장이 앞으로 대우 경영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할 지가 벌써부터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계에선 金회장이 불명예를 감수하고 중도퇴진이란 「용단(勇斷)」을 내렸다는 점은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金회장은 8일 자신을 재신임한 재계의 의사를 전달받고도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는 좋은 모양새를 갖추는데 성공했다. ◇사퇴를 결심하기 까지 = 金회장은 지난달 30일 손병두(孫炳斗)부회장에게 『내 거취에 대해 재계의 의견을 수렴해달라』며 『그 뜻에 따르겠다』고 지시했다. 대우사태가 불거진 이후 전경련 회장사퇴 등 수많은 논란속에서 말을 아껴왔던 金회장이 이 발언을 통해 의도한게 무엇이냐는 논란이 일었다. 상당수 재게 관계자들은 형식은 재계의 뜻에 따르겠다는 「현실 순응형」이었지만 속마음은 전경련 회장직 고수를 부정적으로 보는 따가운 시선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냐고 의심했다. 그러나 金회장은 대우에 대한 워크아웃이 실시된 지난 8월이후 사퇴결심을 이미 굳히고 시기만 저울질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오찬직후 孫부회장이 金회장에게 재계의 사퇴만류 의사를 전달받았을 때 『알았다』며 별다른 말이 없었던 金회장은 이날 오후 6시께 갑자기 孫부회장을 힐튼호텔로 다시 불러 사퇴결심을 알리고 「사퇴에 즈음하여」란 글을 넘겨주었다. 孫부회장은 『간곡히 사퇴를 만류했지만 소용없었다』며 金회장의 강력한 의지를 전했다. ◇사퇴의 이유 = 재계의 일반적인 분위기가 재신임쪽이었지만 일부에서 『국가경제를 위해 바람직한 길이 무엇인지 알아서 판단하라』는 냉소적인 시각도 엄연히 존재했다. 실패한 경영인이 재계대표 자리를 지키는게 과연 바람직하냐는 마땅히 대응할 논리가 없는 셈이었다. 정치권 일부인사는 지난 8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金회장 경질을 건의하기도 했다. 결국 그동안 한·일재계회의등 산적한 전경련 업무에 매달려오면서 사퇴의사를 굳힌 金회장은 현재 분위기로 볼 때 더 이상 정상적인 회장직 수행이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하기 시작했던 셈이다. 金회장은 『대우사태에도 불구하고 신임의 뜻을 밝혀준 회원사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전했다. ◇사퇴이후 金회장 = 金회장은 지난 7월 공언한대로 대우자동차 경영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그룹 핵심계열사들에 대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金회장의 영향력은 극도로 위축돼있다. 대우자동차 외의 계열사에 대해선 전혀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재계는 金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가장 든든한 보호막이 사라질 것으로 평가하고있다. 그동안 金회장이 거취표명을 미루자 재계에선 『전경련 회장직을 벗는다는 것은 金회장으로선 빈손으로 벌판에 내몰리는 격』이라는 현실론이 우세했던게 사실이다. 대우자동차 경영이 정상화된다면 다시 한번 재기를 노릴 수도 있겠지만 향후 金회장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전경련 회장이란 부담에서 벗어나 대우자동차 경영에 전념할 경우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만만치않다. 손동영기자SO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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