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뒤집어보기] 미분양, 투자자엔 기회일수도


미분양 아파트가 건설사와 수분양자 모두에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미분양이 늘어날수록 자금난을 겪기 때문이고 수분양자는 자산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훑어보면 ‘기회는 위기의 모습으로 온다’는 말이 틀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정부의 공식 집계로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13만가구를 넘어서면서 지금의 부동산시장을 지난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와 비교 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하반기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10만가구를 훌쩍 넘어섰고 1999년에도 분양단지 대부분이 미달 사태를 빚는 등 극심한 분양 침체기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계속될 것만 같았던 부동산시장 침체는 2001년 정부의 부동산세제 완화에 힘입어 회복되면서 외환위기 직후에 분양했던 아파트의 가격이 크게 오르기도 했습니다. 1999년 당시 1억4,700만원에 분양했던 문래동 105㎡형 아파트의 경우 2001년 9월 입주 시점에는 최고 2억6,000만원까지 뛰었습니다. 전국의 미분양도 크게 줄어 1998년 말 10만2,701가구이던 미분양 주택 수가 2001년에는 3만1,512가구까지 떨어졌습니다. 특히 수도권은 1998년 2만7,481가구이던 미분양 물량이 2002년 말에는 1,000가구 밑으로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호황을 누렸던 부동산시장은 또다시 2003년부터 어려워지기 시작합니다. 미분양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 2004년에는 각종 지표가 바닥을 보이며 공급도 2003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기도 했습니다. 부도 건설업체 수와 경매물건은 급증하고 미분양도 속출해 외환 위기 직후와 비슷하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때에도 계약금 인하 등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각종 혜택이 있었고 ‘미분양을 잘 고르면 돈이 된다’는 말이 있었지만 2006년 말 집값이 폭등하고 나서야 사람들은 깨닫게 됐습니다. 지금 다시 부동산시장은 침체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미분양은 날로 늘어가고 부도 건설사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침체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최근 ▦지방 아파트 전매제한 완화 ▦한나라당 부동산 규제 완화 추진 등의 움직임을 보고 있자면 지금의 위기가 또 다른 기회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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