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참직원 '서늘한 여름'

고령자 조사역 배치등 사실상 대기발령 은행들이 최근 들어 하반기 정기인사를 단행하면서 나이가 많은 고참급 직원들을 대거 업무추진역이나 조사역 등으로 사실상의 대기발령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들은 올들어 과감한 발탁인사 및 외부전문가 영입 등을 통해 40대 임원을 잇따라 탄생시키는 등 대대적인 조직혁신을 꾀하고 있어 나이가 많고 승진이 늦은 간부직원들이 '가시방석'에 앉은 듯 전전긍긍하고 있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최근 하반기 정기인사를 단행하면서 47년생 고참급 직원 9명을 대거 소매금융본부 또는 기업금융본부 소속 업무추진역으로 발령을 냈다. 외환은행은 이에 앞서 올 초 인사 때에도 47년생 9명을 업무추진역으로 인사조치 한 바 있다. 이덕훈 행장 취임 이후 51년생까지 임원으로 발탁하는 등의 대대적 임원진 개편을 실시한 한빛은행도 부점장급 간부직원에 대한 인사를 실시하면서 46년생을 중심으로 8명의 고참직원들을 인력지원팀 조사역 등으로 현업에서 물러나게 했다. 특히 오는 11월 합병은행으로 새출발하는 국민ㆍ주택은행은 인위적인 인력감축을 하지 않겠다는 김정태 통합은행장 후보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일정규모 이상의 인력정리가 불가피 하다는 점에서 고참 간부직원들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단 자발적 희망퇴직 등의 절차를 통해 인력감축을 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어차피 대대적 조직혁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퇴직신청을 하지 않은 고참간부들의 경우 대거 업무추진역 등으로 발령을 내거나 후선으로 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대부분의 직원들이 퇴직금을 중간정산 형태로 미리 받아 대기역 등으로 발령이 나도 자발적으로 퇴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실정. 이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이 같은 대기역 발령제도가 인력정리를 위한 수단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이에 대해 "과거에는 대기발령을 받으면 각종 수당을 받지 못해 퇴직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퇴직을 하곤 했으나 최근에는 이미 퇴직금 정산을 모두 받아 대부분 자리에서 버티고 있다"며 "퇴직금 중간정산제가 인력구조조정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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